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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전파 이야기] 화성→ 지구 송·수신에 10분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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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 한해는 화성의 신비가 한꺼풀씩 벗겨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컸다. 화성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의 활약으로 바위 속까지 현미경으로 찍은 사진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과거 물이 있었다는 증거도 찾아냈다. 지구에서 1억7000만㎞ 떨어진 화성에서 로봇이 탐사하고 있는 장면을 지구에서 축구 중계방송 보듯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올 연말에는 화성보다 더 멀리 떨어진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도 탐사로봇을 보내게 된다.

인류의 손길이 이처럼 우주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데는 전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온통 우리 주변 공간을 누비고 다니지만 눈에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전파는 TV를 볼 수 있게 하고, 휴대전화를 가능하게 하듯 우주탐사선과 지구 간의 통신도 가능하게 한다.

전파는 빛의 속도로 달린다. 화성 탐사로봇이 화성 영상을 지구로 보내면 출발에서 도착할 때까지 무려 10분 정도 걸린다. 초당 지구를 일곱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30만㎞로 달려도 그렇다. 그래도 전파는 화성 표면의 파노라마 사진이며 바위의 현미경 사진 등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지구까지 안전하게 보내는 운송열차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의 말소리를 비롯한 소리는 소리를 전달해줄 그 어떤 물질이 필요하다. 즉 공간에는 공기가 있어야 한다. 쇠뭉치 같은 금속은 공기보다 더 빠르게 소리를 전달한다. 그러나 진공 상태인 우주공간에서는 소리는 전혀 퍼져나가지 않는다. 소리를 전달해 줄 그 어떤 물질도 없는 텅 빈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파는 꽉 막힌 지하공간 등을 제외한 어떤 곳도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지상의 공간이든 진공 중의 우주공간이든 가리지 않는다.

이제 전파는 숨쉬는 공기처럼 현대 사회의 필수품이 돼버렸다. 평소에 공기가 소중한지 모르고 있다가 질식 상태를 경험해 봐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전파도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나머지 그 소중함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전파를 이용하지 않는 사회는 고대사회로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주를 개척하든 디지털 위성방송을 하든 전파 기술은 가장 먼저 개발해야 할 과제다. 이제 10만 전파인력 양성 정책을 펴야 할 때다.

김인석 전파교육대학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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