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도 제왕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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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최근 의원들과의 연쇄 간담회에서 메모한 분량이 A4용지로 10여쪽에 달한다고 한다. 李총재는 지난 14일 초선 의원, 17일 재선 의원을 만난 데 이어 19일 3선 이상 의원들과 만났다.

한 고위 당직자는 20일 "李총재가 이를 종합 정리해 정국 구상을 하는 데 참고할 것"이라며 "다들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선 "당에 전략이 없다. 당3역이 마음대로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특히 초.재선 그룹에서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임인배(林仁培.재선)의원은 교원 정년 연장안.탄핵안 처리 과정을 거론한 뒤 "당을 흔들리게 한 책임을 지고 당3역을 이른 시일 내에 교체하라"고 건의했다. 그는 "(의원들이) 모두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희(朴鍾熙.초선)의원도 "정책위를 개편, 낡고 늙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소 조용한 편이었던 3선 이상 간담회에서도 몇몇 의원은 강하게 발언했다고 한다. 김동욱(金東旭.4선)의원은 "당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했고, 김정숙(金貞淑.3선)의원은 "도대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李총재를 직접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김홍신(金洪信.재선)의원은 "측근정치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또 "'아름다운 원칙'으로 돌아가라" "웃는 모습을 자주 보여라"는 주문도 있었다. "李총재도 제왕적(帝王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재창(李在昌.재선)의원은 "총재가 경상도에만 신경쓴다"고 꼬집었다.

한 재선 의원은 "친인척을 조심해야 한다"며 "가족들이 대선 때까지 돕고 싶은 마음이야 절실하겠지만 정식으로 간여하는 일이 있어선 절대 안된다"는 충고도 했다.

그러나 "역술인에게 물어보니 총재님 관상이 너무 좋다고 한다"거나 "국민은 총재님만 바라보고 있다. 건강해야 한다"는 아부성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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