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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의혹…이번엔 '윤태식게이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987년 홍콩에서 발생한 수지 金 피살사건의 불똥이 국정원과 경찰 등 국가기관의 '대공 사건' 왜곡.조작 범죄 파문에 이어 정치권에 튈 조짐이다.

수지 金을 살해한 전 남편 윤태식(尹泰植)씨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벤처기업 '패스 21'사업 과정에서 국정원과 정치권 인사들에게 막대한 주식을 나눠줘 차익을 챙기게 하거나 비자금을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윤태식 리스트'에 대한 소문이 분분하다.

◇ 금융감독원 수사 의뢰=금감원은 尹씨가 지분의 46%를 갖고 있는 패스 21을 운영하면서 자본금 등을 회사에 넣었다가 다시 빼내 쓰는 '가장 납입'과 유상증자 대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尹씨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 이 회사 주주(株主)들의 명단을 확보한 뒤 관련 계좌에 대한 자금 추적 작업에 들어갔다.

◇ 국가정보원 및 정.관계 커넥션 의혹=검찰은 뚜렷한 직업이 없던 尹씨가 98년 9월에 이 회사를 설립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당시는 현 정부가 벤처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을 때로 정.관계 인사가 尹씨를 앞세워 회사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지문 인식 보안시스템을 국정원에 납품키로 했다" "곧 세계적인 인증을 받을 것이다"는 소문을 타고 장외에서 거래된 패스 21 주식의 가격이 수십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들어 이 회사를 통해 특정인들이 돈 관리를 하거나 막대한 이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추정은 특히 국정원 관계자들이 尹씨의 살인 사실을 알고도 이를 14년 동안 은폐해 온 점 때문에 더욱 설득력있게 전파되고 있다.

실제로 명동 사채시장 등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이 이 회사 주식으로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소문이 계속 나돌고 있다.

또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L씨가 한때 이 회사 비상근 회장을 맡았고 K전의원은 감사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정치권에도 尹씨의 비자금이 흘러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H.J.S.K씨 등 야당과 L.S.B씨 등 여당의 전.현직 의원들과 전직 장관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S의원은 "몇년 전 전직 국회의원 金모씨 소개로 尹씨 회사 개업식에 참석한 뒤 金씨의 권유로 패스 21 주식 1천주를 장외에서 10만원씩에 매입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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