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채플린 칼 발렌틴 특별전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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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죽은 후에도 살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내세이며 다른 하나는 영화 속에서다."(칼 발렌틴)

독일의 찰리 채플린으로 불리는 칼 발렌틴(1882~1948) 특별전이 20일부터 6일 동안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발렌틴은 1913년 '칼 발렌틴의 결혼식'이란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만담 형식의 유머가 장기인 발렌틴은 냉소와 가학이 섞인 독특한 형태의 코미디 장르를 탄생시켰다.

첫 연출작인 '…결혼식'을 제작한 이후 그는 주로 배우와 극작가로 활동했다. 동시대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발렌틴은 유머 그 자체다. 그를 통해 드라마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고 평했고 소설가 하인리히 만도 "그는 건강한 대중성과 기묘한 정신적 팬터지를 결합시킨 인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바이마르 공화국과 나치정권으로부터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강조하고 냉소적'이라는 이유로 상영금지 등 억압을 받은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특별전에는 그로테스크한 웃음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칼 발렌틴의 결혼식', 멍청한 경찰을 소재로 한 '유쾌한 부랑자', 서로 수가 같지 않은 책상과 의자를 제대로 맞추려는 주인공 뒤르의 헛된 노력을 담은 '새 책상' 등 단편 13편과 쉽게 상처받는 예민한 외톨이 역을 맡은 장편 '별난 사람' 등 모두 14편이 소개된다.

20일에는 영화 상영 대신 '독일과 한국의 초기 코미디 영화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한스 귄터 플라움 괴테 인스티투트 영화자문위원이 강의를 한다. 02-733-8945.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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