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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미·중 천안함 집중 협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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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는 양파껍질 벗기기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겹겹이 장막을 치고 좀처럼 속을 열어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이 바닷속을 뒤져 건져 올린 물증에도 흔쾌하게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24일 천안함 사건과 관련, “모든 당사자들이 침착함과 자제력을 발휘해 달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천안함 사태가 다른 국제 이슈들과 마찬가지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을 규탄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나온 중국 쪽의 첫 공식 반응이다. 허나 중국을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 측과 천안함 사태를 놓고 집중적인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소개하며 “중국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우리(미국)의 특별한 책임 역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공식 입장과 이면에서 진행되는 논의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편 한국의 대북 제재 방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예상했던 수준이고 이성적이며 적절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유엔 제재에서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부터 더 명쾌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 학계 전문가는 “중국이 남북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현재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북한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가장 가능성이 큰 중국의 향후 대응 시나리오는 단계적인 접근법이다. 중국 측은 남북한이 사고 원인을 명백하게 규명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중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섣불리 안보리 제재로 가져가면 상황만 복잡해지고 꼬일 수 있다”며 “북한의 검열단을 유엔사령부가 맞이해 접촉하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다.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은 “중국 정부는 대북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 상정될 경우 군사적 수단에는 반대하겠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북한의 소행으로 확정되면 제재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 대통령의 담화가 시작된 지 7분 만에 유엔 안보리 회부, 자위권 발동 등 주요 내용을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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