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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서 ‘시’로 각본상 이창동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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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황금종려상이나 각본상은 기대 안 했고, 여우주연상은 사실 좀 기대를 했습니다. 윤정희 선생님 연기에 대해 현지 언론이나 영화제 관계자들, 관객들 반응이 워낙 좋았거든요. 시상식 때 제 이름만 불리는데, 너무 죄송해서 선생님 얼굴을 제대로 못 쳐다봤습니다.”

23일 폐막한 제63회 칸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그가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건 2007년 ‘밀양’(여우주연상 전도연)에 이어 두 번째.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본상을 수상한 건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로 다섯 번째다. 시상식 후 한국 기자들과 만난 그는 여느 때처럼 담담한 표정이었다. 주연배우 윤정희도 자주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모습으로 남편 백건우와 함께 참석했다.

제63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시’의 이창동(왼쪽) 감독과 배우 윤정희씨가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칸=로이터 연합뉴스]

‘시’는 칸 영화제 공식 상영 후 외신들의 호평 속에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됐다. 시를 쓰는 과정에서 인생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고통을 발견하는 주인공 미자(윤정희)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감동을 안겨줬다. “작가 이창동의 최고작품”이라는 평도 나왔다. 16년 만에 전설의 여배우를 다시 스크린으로 불러낸 그의 안목도 빛났다. 이래저래 각본상 수상은 기대를 걸었던 많은 이들에겐 사실 좀 아쉬운 결과였다.

그런 기자들의 기색을 읽었는지 윤정희는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여러분도 르몽드나 피가로 같은 현지 언론 반응 다 보셨죠? 보는 사람마다 제게 ‘시’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어요. 영화 두 번 이상 봤다는 사람들도 많아요. 상 타는 거, 중요하지 않아요. 기자들의 평, 평론가들의 평, 관객들의 평 그게 최고예요.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끔 하는 ‘시’ 같은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아껴줬으면 좋겠어요.”

이 감독은 “황금종려상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이유는 그 상이 얼마나 타기 어려운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황금종려상은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 외에도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해줘야 가능합니다. 이번에 ‘시’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더군요. 칸에 와서도 수상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 날이 갈수록 걱정이 됐습니다.” (웃음)

그는 “영화제는 올림픽 게임도 아니고, 황금종려상은 노벨상도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가 황금종려상에 너무 목 매는 것 같기도 해 한국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 자존심 상하기도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저만의 방식으로 관객과 꾸준히 소통하다 보면 (상은) 언젠가 저절로 오리라 믿습니다. 이번에 너무나 많은 응원과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게 저한테는 (황금종려)상입니다.”

이 감독은 ‘시’ 공식 상영이 끝난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지역 신문 기사의 제목을 얘기하며 “황금종려상이 아닌, 가슴(감동)의 종려상 부문이 있다면 그 상은 받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현지에서 지켜본 결과 ‘시’는 이미 그 상을 받았다고 말한다면 축하인사로 갈음이 될까.

칸(프랑스)=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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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조교수
[前] 문화관광부 장관(제6대)

1954년

[現] 영화배우

194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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