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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현장 발로뛰는 허범도 경기지방중기청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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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17일 오전 경기도 군포의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에스아이플렉스. 이 회사 원우연(53) 사장이 점퍼 차림의 50대 방문객에게 말했다.

"수출 주문은 자꾸 느는데 생산 인력이 부족합니다. 3명밖에 없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더 배정해 주십시오."

"그런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게 저희 일입니다.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답한 사람은 허범도(51)경기지방중기청장. 이 회사는 허청장이 올들어 3백84번째로 찾은 중소기업이다. 그는 올해 1월4일 부임한 뒤 매일 한 곳 이상의 중소기업을 방문했다.

허청장은 "현장을 찾아야 애로 사항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청장이 찾았을 때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은 뒤 도움을 받은 기업도 많다.

경기도 양주의 섬유업체 영신물산이 한 예다. 이 회사는 올 봄 수출 주문이 넘쳐 생산시설을 늘리려 했다가 좌절한 상태였다. 경기도 전체로 한해에 공장을 얼마 이상 신.증축할 수 없다는 규정에 걸렸던 것.

영신물산 조창섭 사장은 "그러던 차에 마침 경기 중기청장이 와서 사정을 듣고는 관련 기관에 얘기해 공장을 늘리도록 해줬다"면서 "사실 예전에는 경기 중기청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화성의 현대기계기술은 공장을 옮기느라 부채가 늘어 올 여름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빠졌다. 이곳을 방문한 허청장은 공장 설비와 기술력 등을 면밀히 파악한 뒤 금융기관을 설득해 3억원의 신용 대출이 이뤄지도록 했다.

현대기계기술 이준영 이사는 "덕택에 위기를 넘기고 지금은 일본 등으로의 수출이 쑥쑥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피커를 만드는 포천 성주음향은 지난 7월 청장이 다녀간 뒤 인터넷 회선이 설치돼 회사에서 전자우편으로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방문할 기업은 지역.업종을 안배해 정하고 미리 연락한 뒤 찾아간다. 허청장은 "올 초만 해도 전화로 찾아가겠다고 하면 무슨 조사 나오는 것이 아닌가 꺼리더니, 이젠 전자우편 등으로 와달라는 요청이 밀려든다"고 말했다.

오다 가다 공장이 눈에 띄면 갑자기 들르기도 한다. 예고 없이 방문했을 때 입구에서 공장을 지키던 개가 짖으며 달려드는 바람에 놀라 도망친 적도 있다고 한다.

허청장은 "1년 내내 다녀도 경기도의 2만8천여 중소기업 중 극히 일부 밖에는 가보지 못한다"며 "앞으로 중기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지역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 등을 찾아다니며 더 많은 중기인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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