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원들 지역구 민원성 사업비 따기 혈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연말 국회의 고질병인 '여야간 예산 나눠먹기'가 올해도 재연되고 있다.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민원성 사업을 예산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정부가 예산안을 짤 때 숙원사업을 포함시키고, 야당은 예산의 심의.통과 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차이가 있지만 '나눠먹기'란 점에선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2조원 이상을 삭감하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부처별 조정내역'에 따르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총 64건, 7천6백83억원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했다.

64건의 지역구 사업은 경남 21, 부산 11, 대구 9, 경북 7건. 영남지역의 민원사업이 75%나 된다.

이중 부산의 정형근(鄭亨根)의원은 ▶부산신항 배후도로(2백80억원)▶부산 남항대교 건설(3백억원)등 15건에 1천8백억원을 요구했다.

경남 산청.합천의 김용균(金容鈞)의원은 합천군 3개 면 지역의 배수사업과 지방도로 건설, 신라 고불(古佛)안치사업 등 11건에 8백57억원의 예산 반영을 원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사업 명목으로 자기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는 방식을 동원한 흔적이 많다.

행정자치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도서관 건립사업의 경우 정부안이 예산에 반영된 15곳 중 9곳이 민주당 의원 지역구다.

광주 김치종합센터 건립(1백억원).동학농민혁명 기념관 건립(30억원).전남 무안 화훼수출단지 조성(16억원).고양시 공공도서관 건립(10억원)등도 정부가 사업 주체지만 정치권에선 '여당 프리미엄'이 적용된 사업으로 본다.

나라정책원 김광동(金光東)원장은 "여야가 말로는 예산.결산 기능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예산 따먹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가 경제를 부실하게 만드는 이같은 행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