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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헬스] 항산화 비타민 성인병 예방효과는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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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51면

인간은 에너지 생성에 반드시 산소를 필요로 하며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부산물로 소량의 반응성 산소 유리기(遊離機)를 만들어낸다.

균을 인지하고 백혈구를 활성화시켜 감염을 극복하는 등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반응성 산소 유리기다. 하지만 산화(酸化)스트레스라고도 하는 반응성 산소 유리기의 증가는 암.자가 면역질환.퇴행성 신경질환 등을 유발한다.

동맥 경화증의 발생에도 유리기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동맥 경화증을 일으키는 흡연.고지혈증.당뇨.고혈압 모두에서 유리기의 생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타민E.비타민C.베타카로틴(비타민A의 원료 물질)등은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항(抗)산화 비타민. 이들은 이미 동물실험을 통해 동맥 경화증의 진행이나 이로 인한 심근의 손상을 막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의학잡지 NEJM은 미국 워싱턴의대 연구팀의 다소 당혹스런 연구결과를 실었다.

관상 동맥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타민E.비타민C.베타카로틴 등의 혼합 제제를 3년간 투여했는데 관상 동맥의 협착이나 심근 경색.뇌졸중 등의 예방이나 치료에서 가짜 약을 투여한 그룹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 결국 기대했던 항산화 비타민의 효과를 부정하는 연구결과를 얻은 것이다.

최근 항산화 비타민제가 유행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 각종 성인병을 극복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지닌 것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항상 다른 법이다. 이론적으로 항산화 비타민이 성인병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심증은 충분하지만 아직 다수의 연구를 통해 효능이 확증된 상태는 아니다. 동맥 경화증 등 성인병 극복을 위해 사용하는 항산화 비타민 요법에 대해선 확실한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남용하지 않고 기다리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전재석.을지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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