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 불안의 이중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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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었음이 밝혀지면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이 경제에 미칠 파장이 걱정이다. 한국 경제는 남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미 유로화 약세와 유로경제권 침체의 간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섰다. 그런데 천안함의 침몰 원인 발표 이후 북한이 자숙하기는커녕 오히려 강경 대응으로 나오고 있어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칫하면 본격적인 회복세를 눈앞에 두고 있던 한국 경제가 뜻하지 않은 이중고(二重苦)를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이 같은 불안 요소는 당분간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의 추락과 유로경제권의 침체는 우리가 어찌해볼 여지가 거의 없고, 북한의 도발 위협 또한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무릅쓰고라도 단호하게 맞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급격한 외자유출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화자금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과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이유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국내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급격한 외자유출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외화자금에 대한 거래세든 아니면 단기 외화자금의 유출입에 대한 직접 규제든 혼란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안전장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막상 외자유출이 시작되면 너무 늦다.

또 한 가지는 각 경제주체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안정적인 거시경제정책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외적인 불안요인이 많을수록 경제의 기본 틀이 굳건하게 떠받치고 있어야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출구전략의 시기에 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섣부르게 경기회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각 경제주체는 최근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경제위기 극복의 첫발을 다시 내딛는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