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陳씨 검은 돈, 정·관계 파문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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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광옥(辛光玉)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陳承鉉)씨의 구명로비에 연루된 혐의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을 계기로 陳씨측의 정.관계 로비 파문이 '빅뱅'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의혹만으로도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김은성(金銀星)전 국가정보원 2차장과 정성홍(丁聖弘)전 국정원 경제과장이 개입한 혐의가 드러났고, 辛차관도 陳씨측과 접촉을 하고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가 갈수록 구체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와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陳씨측은 국정원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까지 동원해 고단위의 전방위 구명운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이미 일부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것처럼 陳씨측은 자신의 사건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차단할 목적으로 정치권에도 로비를 벌였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陳씨에 대한 계좌추적 작업과 별도로 민주당 당료 출신인 최택곤씨의 행방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崔씨가 陳씨에게서 수십억원대의 로비자금을 받아 이를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 청와대 인사들에게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로 변호사 선임 등과 관련된 일을 한 김재환(金在桓)씨보다 崔씨의 역할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 실세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던 崔씨가 지난해 MCI코리아 계열사 감사로 영입된 배경에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목적이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崔씨가 辛차관뿐 아니라 다른 유력인사들에게도 접근해 陳씨에 대한 선처를 청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崔씨를 통한 陳씨의 구명로비 대상자는 현재 辛차관만 드러나 있지만 崔씨가 검찰에 출두하면 어떤 인물이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崔씨가 여권 최고위층 인척들과 함께 어울려 다녔다는 첩보를 근거로 陳씨의 로비자금 중 일부가 이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올해초 청와대에서 최고위층 인척에게 崔씨와 접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그 파장이 어떻게 번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崔씨가 동교동계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해온 점으로 미뤄 陳씨에게서 받은 로비자금 중 상당부분을 지난해 총선 때 선거자금 지원명목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陳씨의 관련계좌에 대한 자금추적 작업을 통해 이미 일부 정.관계 인사들의 주변 인물들이 陳씨 돈을 사용한 흔적을 상당부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崔씨가 검찰에 소환돼 로비자금의 사용처를 진술할 경우 그 파괴력은 엄청날 전망이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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