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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지도자 크기가 나라 크기다’] 박근혜 의원이 채워야 할 두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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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이 1977년 MBC TV의 신년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던 청와대 생활에 대해 얘기하던 모습. 당시 나이 25세였다.

지방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2002년과 많이 닮았습니다. 월드컵, 연평해전, 극적인 후보단일화, 세대 전쟁이라고까지 불린 극심한 표 쏠림, 그리고 이명박과 노무현의 등장. 그때 노무현과 이회창으로 극명하게 지지가 갈렸던 20대와 50대는 8년이 지나 30대와 60대가 되어서도 가치관이 여전히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지역, 이념, 세대, 계층 갈등은 완화되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8년 동안 정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나 정치지도자의 운명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거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변화는 박근혜 의원이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 된 것입니다. 흔히 한국의 3대 정치세력을 친이, 친박, 범야권으로 분류하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친박, 반박, 비박이 있을 뿐입니다.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국 정치는 돌고 있습니다. 그녀는 현시점에서 압도적으로 유력한 18대 대통령입니다.

그녀의 대중적 인기는 독보적입니다. ‘노(무현)빠’와 ‘유(시민)빠’가 있다고는 하나 ‘박빠’에 비길 수는 없습니다. 지역적 기반이나 감정이입 되어 흔들리지 않는 절대 지지층의 수로 보나 그녀는 이미 김영삼·김대중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녀가 움직이면 선거 결과가 달라집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근혜의 힘은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라는 참으로 기이한 이름의 정당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후보가 박근혜 의원이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길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오세훈도 “조만간 뵙고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드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박근혜 의원과 정치적 생각 차이가 큰 김문수조차 “당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저희도 여러 경로를 통해 선거를 지원해 달라고 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박근혜 의원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확실한 것은 다른 정치인들에게는 없거나 모자란 것이 그녀에게는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도자’의 이미지! 바로 그것입니다. 그것은 아무나 갖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인은 대개 이미지, 업적, 비전으로 평가받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이미지를 갖는 것입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도 다른 정치인들과 차별되는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정치가, 사상가, 운동가, 경영가의 이미지가 그것입니다. 그들은 결단력, 통찰력, 설득력, 추진력이 남다르지요. 이 네 가지를 두루 가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중 하나만 확실히 갖고 있어도 지도자가 될 만합니다. 다만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은 끝까지 지도자의 이미지를 유지했는가에서 갈립니다.

박근혜 의원의 지도자 이미지는 ‘애국심’ ‘품격’ ‘강단’에서 나옵니다. 그녀의 애국심은 반대파들도 인정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나라’ ‘국민’ ‘애국’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치인일 겁니다. 국민들도 애국의 진정성만큼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퍼스트레이디 경험이 녹아있는 단아함과 절제된 표현에서는 대중이 지도자의 품격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강단’이 있습니다. 2006년 얼굴에 습격을 당한 후 의연함을 보여주었고,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아깝게 지고 난 후엔 담담하게 승복 연설을 했습니다. 물론 약속을 지키려는 태도도 지도자의 자산입니다. 대중의 변치 않는 지지도 바로 그런 ‘지도자다움’에 있는 것이겠지요.

박근혜 의원에게 여기서 더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요? 그래도 두 가지 욕심을 내야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박근혜 의원과 다른 생각을 말하면서 사람들이 그에게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통치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과 사랑받는 것 모두를 얻는 것이 좋지만 그중 하나만 얻어야 한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쪽이 훨씬 더 낫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군주’가 투표로 선출된다면 아무래도 사랑받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비판에 너그러운 포용의 지도자가 대중에게 사랑을 더 받겠지요.  박근혜 의원이 지도자가 된 지난 6년간 대한민국은 국민통합을 향해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습니다. 국민통합은 지도자의 몫이지 대중의 몫이 아닙니다. 이제는 정말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여는 지도자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그 역할까지 박 의원에게 주문한다면 괜한 욕심인가요?

박성민 정치 컨설팅 ‘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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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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