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입영 피하려 구치소행, 병역 기피 해당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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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6년 7월 부산에 거주하는 박모(34)씨의 집으로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서가 배달됐다. 당시 서른 살이던 박씨는 대학원 진학, 사법시험 2차 응시, 동생의 입대 등을 이유로 입영을 미뤄 온 상태였다.

그는 한 달 후 스스로 대전지방검찰청을 찾아갔다. “2005년 사기죄로 선고받은 벌금 700만원을 낼 능력이 없으니 노역장 유치처분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산지방병무청이 검찰 측과 협의해 노역장 유치처분 집행을 막았다. 그러자 박씨는 같은 날 부산지방검찰청을 찾았다. 결국 박씨는 그날 부산구치소에 수용됐다. 그는 140일 동안 구치소에 유치돼 있는 사이 병역 소집 기준 나이인 31세를 넘겼다. 공익근무요원 소집의무는 면제됐다.

대법원 2부는 병역을 기피하려 도망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박씨의 상고심에서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방부의 징집 업무와 법무부의 형집행 업무 모두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업무로서 협의에 의해 병무행정을 집행시킬 수 있는 상태였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씨에 대해 “노역장에 유치돼 소집에 불응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부산지법 항소부에서 박씨의 병역 기피 혐의에 대해 “박씨의 행위가 법리적으로는 물론 국어 해석상으로도 병역법에서 정의하는 ‘도망 또는 잠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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