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부총재 경선 출마… 바빠진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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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11일 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하자 당내 비주류 인사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당내에서는 이부영(李富榮)부총재.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비주류 중진들도 조만간 경선 레이스에 동참할 의사를 표명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더구나 朴부총재는 "당의 모든 공식기구가 1인 지배체제 하에 있는 만큼 경선방식 변경을 포함한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 '한나라당 개혁추진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비주류 중진들도 일제히 화답했다. 아무리 외쳐봐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아성이 워낙 튼튼해 맥이 빠졌던 비주류로서는 일단 朴부총재의 선언을 반기는 형국이다. 당내 민주화라는 명분을 들고 李총재를 압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李부총재와 金의원은 "朴부총재의 주장은 결국 당내 개혁에 시동을 거는 것"이라며 "적극 동조하겠다"고 박자를 맞췄다.

특히 李부총재는 "현재 우리 당은 세력으로나, 이념으로나 1인 독점체제"라며 "당이 이런 방향으로 달려가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고, 朴부총재의 경선 출마는 이런 고민과 갈등 속에서 나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당은 변하는데 야당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게 가장 문제이며 이는 李총재의 소극적 리더십 탓"이라고 李총재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金의원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金의원의 한 측근은 "朴부총재 주장대로면 당의 대선후보 선정에 당원과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 있다"고 동조했다.

이어 "金의원은 지난달 중순 '1백일간의 정쟁중단'을 선언한 만큼 내년 2월까지는 경선 출마선언을 유보하겠지만 출마 문제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연대 여부가 당내의 관심사다. 비주류 연대가 성립되면 李총재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朴부총재가 "경선에 앞서 공정한 경선이 이뤄질 수 있는 당 개혁이 선행해야 한다"고 치고나온 것도 부담이다.

이 경우 민주당의 예비선거제 도입 등 경선방식 논란이 한나라당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비주류측과 당내 쇄신파 초.재선 의원들은 대선후보와 총재직 분리문제, 상향식 공천제도,투명한 당 재정운영 방안 등도 논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비주류가 끝까지 한 목소리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당 주류가 이들의 취약한 이음새를 파고들고 끌어안기 시작하면 연대의 틀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李총재 쪽이 이들의 당내 개혁 요구를 깡그리 무시할 수도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도 어느 정도의 당 개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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