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외국계 증권사로 집중 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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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대형 우량주를 사고 팔 때 주로 외국계 증권사를 이용하고 있다. 외국인 거래비중이 커지면서 외국계 증권사는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는 속빈 강정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매하는 한국 주식물량의 88%(11월 기준)가 외국계 증권사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LG.굿모닝증권 등은 나머지 12%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박현주 회장은 "삼성전자.포철 등에 대한 투자정보와 분석은 국내 증권사들이 강하지만 이들 회사의 지분을 절반 이상 갖고 있는 외국인들은 여전히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주문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USB워버그증권의 안승원 부지점장은 "외국계 증권사들의 분석자료가 질적으로 뛰어나고 국제 영업망을 통한 마케팅 파워(능력)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증권사 한국 지점들은 애널리스트가 10명을 넘지 않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마이크론, 포철은 신일본제철이나 US스틸과의 비교분석 등을 통해 다양한 분석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국내 증권사들은 애널리스트를 충원해 영문 분석자료를 펴내고 국제영업 분야에 외국인 직원들을 보강했지만 역부족이다.

LG증권의 기동완 국제영업팀장은 "외국 펀드 매니저들은 한국.대만.홍콩.중국 등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짜려고 한다"며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들 국가에 모두 영업망을 갖추고 있어 원스톱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외국 펀드매니저들이 대만의 주식을 팔아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경우 외국계 창구를 이용하면 한번의 주문으로 끝나지만 국내 증권사를 이용하면 원스톱 서비스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기업 정보에는 빠르나 국제 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외국기업과 비교분석하는 데는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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