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조대부고 탑장학회 22년 전통 이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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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후배들이 학비 걱정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광주 조대부고 3년 강수훈(18)군은 10일 후배 학생회장단에게 학생회가 운영하는 '탑(塔)장학회'통장을 건네며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22년째 이어온 전통을 후배들이 더욱 빛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학생회는 이날 학급 반장들의 추천을 받은 학생 중 가정 형편과 봉사내용 등을 고려해 10명을 선정, 4분기분 수업료 25만원씩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탑 장학회가 만들어진 것은 1980년 3월. 학생회장단이 새로 출범하며 납부금이 없어 쩔쩔매는 학우들을 돕기위해 학생들 스스로 모금운동을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학생부 담당 교사였던 박찬이(59.조대부중 교장)씨는 "교내 장학금이 거의 없던 시절 학생들 스스로 생활이 어려운 학우를 돕자고 나서 대견스러웠다"고 기억했다.

학생들은 한달에 한번씩 걸어서 등교하기 등을 펼쳐 승차권(65원)등으로 모금운동을 폈다. 그 해 12월 7명에게 5만1천8백10원씩 36만2천6백70원을 지급하고도 50여만원이 남았다. 이 돈으로 교정에 자리한 희망의 탑 이름을 따 장학회를 만들게 됐다.

그동안 한 학기분 수업료 등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은 연간 10명씩 모두 2백33명으로 모두 3천5백80만원에 이른다. 현재 통장 잔고도 4천6백만원이나 된다. 머잖아 1억에 도달할 것으로 학생들은 기대하고 있다.

전유태(17)학생회장은 "서로 돕는 분위기가 전통으로 자리해 어느 학교보다 밝고 명랑한 학교생활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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