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현실' 비춘 대학생 직업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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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하대 김흥규(金興圭)교수가 최근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상대로 직업관을 묻는 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직업'으로 환경미화원을 꼽은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대학생들의 직업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곧 이 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金교수가 5년 전 같은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가장 존경하는 직업으로 판.검사,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 꼽혔었다.

또 이보다 2년 전 시민단체인 '사랑의 전화'가 서울시 남녀 대학생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신세대 인기직업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미지가 가장 좋은 직업으로 교수.학자.연구원.아나운서 순으로 나타났었다.

무엇이 불과 수년 만에 직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평가를 이처럼 크게 바꾸어놓은 것일까. 金교수가 그 원인으로 꼽은 건 두가지.

첫째,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온갖 분야의 지도층 인사들이 비리의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실에 젊은이들 특유의 반항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명예와 권위,그리고 재력으로 상징되는 직업에 "정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리없는 외침'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현 사회에 대한 젊은이들의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란 얘기다. 다시 말해 '노블레스 오블리제(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인 의무)'를 상실한 사회지도층보다 비록 신분이 낮고 인기는 적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생활해가는 직업을 더욱 아름답게 보고 있다는 표현이란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번 조사로 대학생들의 직업에 대한 이중성(二重性)도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가장 존경하는 직업으로 환경미화원을 꼽은 그네들이 실제 이 직업을 희망하느냐는 점이다. 물론 존경하는 대상과 희망하는 대상이 다를 순 있다고 치더라도 너무 동떨어진 것은 뭔가 솔직함이 결여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결과는 대학생들에게 직업에 대한 피상적인 인상만을 바탕으로 평가하기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개선의지를 주문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비록 이번 조사가 사회전체를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젊은이들의 사회에 대한 '일침(一針)'은 모두가 음미해봐야 할 대목이다.

엄태민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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