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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골학교의 '윈윈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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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신가초교와 신방초교 학생 13명이 편을 갈라 축구 시합을 한 후 함께 포즈를 취했다. 조한필 기자

지난 23일 오전 10시 45분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서 2km 더 들어간 시골학교인 신가초교 운동장으로 버스가 들어왔다. 이웃 신방초교 3, 5학년 학생 13명이 차에서 내리자 신가초교 학생들이 반갑게 맞았다. 두 학교가 올 초부터 실시한 '협동학습'이 있는 날이다.

일주일만에 만난 이들은 서로 깔깔거리며 인사를 나눈후 두 학교 5학년 학생 13명은 곧바로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을 가졌다. 학교 별로 팀을 나눴다. 체육 협동수업을 맡은 신가초교 정지복(40) 체육전담교사는 선수가 한 명 적은 신방초교 편에서 뛰었다.

혼자 세 골을 넣은 동훈이는 "지난해까지 동급생(7명)이 적어 축구 시합을 못했는데 이젠 신방 친구들과 함께 뛸 수 있어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학생이 점점 줄어 폐교 위기에 놓였던 시골학교가 이같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두 학교가 벌이는 '윈윈 수업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교사-학생 '맨투맨' 지도가 가능한 소규모 학교(전교생 100명 이하)의 강점은 그대로 살리고, 약점이었던 사회성 미함양은 이번 교육과정 일부 통합으로 보충할 수 있어 학생.학부모들도 대환영이다.

신가초교 정하열(56)교장은 "학생들로 북적대는 도심의 대규모 학교가 이룰 수 없는 것을 우리는 학교가 작기때문에 할 수 있다"면서 "더욱이 신방초교와의 협동학습으로 큰 학교의 교육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자부했다.

두 학교는 체험학습, 수련회, 운동회를 함께 갖는다. 예전엔 학생수가 적어 전교생이 같은 장소, 같은 프로그램으로 실시해 고학년.저학년 학생 모두 불만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두 학교 두 학년씩 묶어 30~40명씩 공주 산림박물관, 아산 소월 도예촌 등을 다녀왔다. 또 6월에는 고학년이 충북 음성 청소년수련원으로 2박3일 수련회를 다녀왔다. 지난해만해도 학생수가 적어 엄두도 못내던 일이다.

신방초교 박소현(4학년)양은 합동체험학습 체험기에 "처음엔 서먹서먹했으나 이제 정이 쌓여 '형제같은 학교'가 됐다"고 적었다.

신가초교는 한 학년 학급씩으로 전교생이 55명이고 6km 떨어진 신방초교는 이보다 한 명이 많다. 10여년전부터 두 학교 모두 학생이 줄고 있다. 젊은층 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이 두 학교가 천안교육청으로부터 협동학습 연구학교로 지정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가초교 경우 지난 1학기동안 학생 3명이 느는 이변이 생겼다. 지원금 2000만원으로 협동학습이 있는 화요일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두 학교는 예체능 전담교사 한명씩을 충원할 수 있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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