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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신대륙’ 선점 경쟁에 나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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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몇 년 전 펀드 열풍이 일었을 때 미국의 한 증권 관련 회사가 ‘펀드닷컴(fund.com)’이라는 도메인을 약 1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700만 달러에 판매된 ‘business.com’이나 500만 달러를 받은 ‘korea.com’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정 주소나 그럴듯한 도메인을 먼저 등록하고, 필요한 업체에 이를 파는 ‘사이버 봉이 김선달’도 등장했었다. 이런 대박 신화는 ‘선의가 아니면 인정할 수 없다’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판결에 따라 더 이상 용납되지 않게 됐다.

인터넷 이용자는 98년 약 1억8600만 명에서 2010년 약 18억 명으로 12년간 10배 정도 증가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구글·트위터 등으로 대변되는 인터넷 비즈니스도 급성장했다. 인터넷 이용자와 서비스가 동반 성장해 도메인은 인터넷상의 특화된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세계 인터넷 주소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 서울 연례회의에는 전 세계 110개국의 1207명이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메인 비즈니스의 경제적 기대효과를 짐작하게 했다. 우리나라는 ‘.com’ 대신 ‘.한국’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국어 국가 최상위 도메인’을 시행키로 하는 결정을 끌어냈다. 올해 글로벌 도메인 시장은 47억 달러, 내년에는 53억 달러 규모로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자국어 국가 최상위 도메인과 함께 ‘.CEO’처럼 ‘일반 최상위 도메인’ 시장이 신규로 개방되면 도메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베리사인(Verisign), 뉴스타(Neustar) 등 다국적 대형 도메인 사업자 등은 새로 생성되는 도메인 신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도메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며, 대한민국이 그 주인공이 되길 기대한다.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