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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로 준비하는 대입 논술·면접] 점(占)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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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1면

사람이 미래의 길흉화복을 궁금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5만년 전 현생 인류의 조상인 크로마뇽인은 별자리를 보고 계절의 변화를 점쳤다고 한다. 심각한 청년실업에 대입 수능점수 폭락까지 겹쳐 역술원이 때아닌 호황이다.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한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첨단 과학문명의 시대지만 아직까지 뿌리가 단단한 점 문화, 어떻게 봐야 할까.

점 문화 실태

직장인 이모(27.여)씨는 매일 아침 인터넷 역학 사이트에서 메일링 서비스를 받는다. 여기엔 하루의 운세와 처세법 등이 적혀 있다.

주식시세를 사주로 풀어 예측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젊은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한 궁합 사이트도 문전성시다. 본인과 상대방의 번호 네자리를 입력하면 두 사람의 전생과 현생의 인연을 알아볼 수 있다.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서비스 메뉴 가운데 인기있는 것도 점술.운세 서비스다.

클릭 한번으로 운세.사주.작명.궁합까지 알아볼 수 있는 인터넷 역술. 인터넷은 분명 첨단 과학문명의 소산이지만 그와는 거리가 먼 역술의 대중화를 거들고 있다. 이율배반적인 얘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반 친구를 통해 '타로(tarot)카드점'을 알게 된 고3 공모(18)양은 대학에 갈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카드를 사러 나섰다. 신세대 취향의 유럽풍 타로 카드점은 상징성 있는 78개의 카드로 미래를 점치는데, 알고 싶은 질문을 구체적으로 적은 후 정신을 집중하고 원하는 숫자 만큼 카드를 섞으면 모두 5장의 카드가 배열되면서 과거.현재.미래를 알려준다.

도심의 구석에 박혀 칙칙하게만 보이던 점집들이 차를 팔며 사주를 봐주는 사주카페로 탈바꿈한 지도 오래다.서울 압구정동과 이대 입구.신촌역을 중심으로 70여곳이 성업 중이다.

이러한 유행에 편승해 신문마다 앞다퉈 마련한 운세 코너도 인기다.

공부시간에 청소년 잡지에 실린 별자리 운세를 맞춰보다가 교사에게 혼이 나거나 별자리 열쇠고리를 행운의 부적이라고 말하며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초등학생들도 흔하다.

과거 40~50대의 전유물이었던 전통적 역술이 인터넷.전화.신문 등 첨단 매체를 통해 확산하며 신세대들에게 밝고 재미있는 놀이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 활동 주제

①미래를 알기 위해 점을 본 적이 있었나? 어떤 경우 점을 보게 되는지 다섯 가지만 들어본다.

②본지 지난해 5월 9일자 36면에는 별자리로 주식시장과 기업의 운세 등을 분석해 투자하는 '점성가 펀드(Astrologers Fund)'가 미국에서 인기라고 한다. 점을 치는 행위와 미래를 예측하는 행위의 경계선을 확인해 보자(☞주식시세표에서 한 종목을 고른 다음 오늘의 주가 동향을 판단해 보자. 이때 판단의 자료가 없다면 예언이며, 뒷받침할 자료가 많다면 예측이라 할 수 있다).

③한국인들의 운명론적 모습을 나타낸 속담을 알아본다(예='제 팔자 개 못준다''팔자는 독에 들어가서도 못 피한다' 등).

④인간이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까?

⑤대구 정화중학교 3학년 김자영 학생(본지 학생 명예기자)이 최근 2학년 학생 1백2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58%가 점을 '재미로 본다'고 응답했다. 학생들 사이에 점 보기가 성행하는 이유를 학급 단위로 설문조사해 알아본다.

⑥점술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엔 무엇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결혼할 것인가?

⑦대입 수능을 앞두고 해리 포터의 부적 '호크와 문장'이 새겨진 다이어리나 행운의 포크 등 다양한 종류의 부적이 많이 판매됐다. 시험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이러한 미신적 행위가 불안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됐나?

⑧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점복(占卜)은 존재했다. 로마시대 키케로(BC106~BC43)는 『신점론』에서 점복을 '미래를 아는 기술'이라고 했으며,고대 중국에서는 거북이 등의 균열을 봐 길흉을 점치기도 했다. 프랑스에 예언서 『제세기』(1558)로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도선 등 유명한 예언자와 『정감록』 등 예언서가 있다. 미래에도 불안감 해소를 위한 점 문화가 존재할지 예측해 보자.

⑨대다수의 신문.잡지 등에는 '오늘의 운세'란이 있다. 운세 풀이가 매일 일간지에 나와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 저널리즘의 공공성과 오락성을 놓고 토론한다.

⑩점이 성행하는 이유를 사회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논술한다(☞연세대 사회학과 김용학 교수는 "대중매체인 TV와 영화에서 전생과 미스터리를 다루는 일이 많아 비합리적인 것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부추긴 점을 첫째 이유로 들고 있으며, 둘째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점이나 부적 등으로 씻어내려고 한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서울 숭문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점 문화 어떻게 볼까' 관련 글 16편(허병두 교사 지도)을 홈페이지(http://nie.joins.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태종 기자

<지면을 만드는 사람들>

◇ 중앙일보=최희윤(NIE 담당)

◇ 연구위원 ▶교사=김영관(강원 태백초).류근창(대전 신탄진중).박영일(경기 오마중).백종민(서울 상명여중).이규철(경기 성문고).이미화(광주 대광여고).최경인(서울 반디유치원)▶NIE 전문강사=박미영.박부규.송연자.연정림.유영숙.이재현.장은경.한진숙

◇ NIE 홈페이지 제작=서령강.서윤아.정유미.한상훈(한양대 정보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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