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 타임워너 CEO 레빈 전격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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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인터넷과 미디어.엔터테인먼트의 거대 합병사인 AOL 타임워너의 경영사령탑이 바뀐다.

제럴드 레빈(62)최고경영자(CEO)가 내년 5월 사임한다고 5일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그가 65세까지는 현직에 있을 걸로 내다봤다.

후임으로는 타임워너 출신의 현 최고영업책임자(COO)리처드 파슨스(53)가 내정됐다.

레빈의 사임 배경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사임을 발표하기 앞서 사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e-메일을 보냈다. "회사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으며 나의 할 일은 끝났다. 이제는 사회사업에 에너지를 쏟고 싶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 대목을 그의 가정적 불행과 연관짓고 있다. 레빈은 1997년 영어교사였던 아들이 제자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 그는 자신의 고용계약에 '내가 판단하는 적당한 시점에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조건을 일부러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그가 최근 AT&T 케이블사업 인수 실패로 스티브 케이스(43)회장을 비롯한 다른 경영진과 불화를 겪은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한편 파슨스의 발탁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재계에서 드문 흑인경영자 중 하나인 파슨스는 공동 COO였던 로버트 피트먼보다 사내 서열이 처졌었다. 파슨스는 영화사 워너브러더스와 워너뮤직 등 연예분야만 관장해 왔다.

그러나 파슨스의 뛰어난 조직 융화력이 낙점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파슨스는 포드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올해초 부시 행정부로부터 입각 제의를 받는 등 정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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