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金' 국정원· 경찰관계자 무더기 사법처리 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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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5일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을 전격 소환 조사함에 따라 지난해 경찰의 '수지 金 사건' 내사 중단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검찰은 李전청장에 대한 추가조사와 1987년 안기부가 이 사건을 '간첩 사건'으로 처리했던 경위 등을 확인한 뒤 지난해 사태와 관련한 사법처리 대상자.수위 등을 일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 수사 진행 과정=검찰은 지난달 중순부터 김병준 당시 경찰청 외사관리관(현 치안감)등 지난해 2월 수지 金 내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 5명과 김승일 당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 등 국정원 관계자 4명을 불러 경찰의 내사 중단 경위를 조사했다.

金전국장 등 국정원 직원들은 "경찰측에 수지 金 사건이 간첩사건이 아닌 살인사건이라고 알렸으며 내사 중단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경찰측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金치안감 등 경찰 직원들은 "국정원의 협조 요청에 따라 수사기록을 넘기고 내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이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국정원에 사건을 이첩하지 않은데다 金전국장이 지난해 2월 경찰청장실로 李전청장을 직접 찾아간 정황 등으로 보아 국정원과 경찰이 긴밀한 협조 아래 내사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정원과 경찰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직권남용.범인도피.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 이무영 전 청장 사법처리 될까=가장 큰 관심거리는 李전청장의 사법처리다. 李전청장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金전국장에게서 수지 金 사건이 살인사건이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으며 金치안감으로부터도 한차례 사후 보고를 받았을 뿐"이라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검찰은 金전국장이 "李전청장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데다 金치안감도 "李전청장의 지시로 국정원 협조 사항을 검토해 처리하고 두차례 보고했다"고 말하고 있어 李전청장이 수지 金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李전청장이 지난해 경찰의 수지 金 사건 내사 중단의 결정권자인 만큼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따라서 구속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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