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한화갑 '당권·대권 분리' 싸고 감정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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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에 '양한(兩韓)' 갈등이라는 돌출변수가 튀어나오고 있다. 한광옥(韓光玉)대표와 한화갑(韓和甲)고문 간에 감정섞인 대치전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의 갈등은 당 발전특위가 지난 4일 '내년 3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예비주자군이 후보.대표 경선에 중복 출마하지 못하게 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표면화하고 있다.

韓고문측의 문희상(文喜相)의원은 5일 "차기 후보 경선에 나가는 사람에게 대표 경선 출마를 금지하는 것은 명백한 피선거권 제한행위"라며 "당권.대권을 갈라놓고 차기 경쟁구도에서 세력간 연대와 짝짓기를 하려는 측이 사심(私心)을 갖고 결정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명백히 韓대표에 대한 공격이다.

韓대표 측근인 박양수(朴洋洙)의원은 즉각 "당이 결속해야 하는 마당에 유독 韓고문 쪽만 튀고 있다"며 "음모론은 당당치 못한 태도"라고 반박했다.

동교동계 구파와 韓대표측에선 한화갑 고문이 근거도 없이 '4자 필승론'(내년 대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질 경우 민주당이 승리한다는 논리)을 내세우면서 당의 단합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양측은 '3월 전당대회'를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韓고문은 "당이 지금 상태로 3월까지 가면 지리멸렬할 것"이라며 '당 체제 정비 우선론'을 내세운다. 그러나 韓대표는 "국가와 당을 먼저 생각하고, 다수 의견이 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맞선다.

당내에선 양갑(兩甲.권노갑 전 고문과 韓고문) 갈등에 이어 양한 갈등이 증폭되는 현상에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민주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韓고문은 전남, 韓대표는 전북 대표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동시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두사람은 金대통령 집권 이후 4년간 여권의 요직을 맡아 나름대로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지금 양측은 상대방에 대해 "양지만 골라 다녔다""뒤에 가서 불평만 한다"는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같은 양상에 대해 "차기 당권.대권 경쟁과 동교동계 신.구파의 대립, DJ 이후의 주도권 싸움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다.

韓고문측에선 韓대표가 차기 경선에 출마하거나 당권을 차지할 속셈으로 과도체제를 내년 3월까지 끌고가려 한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韓대표가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 중도개혁포럼을 주도하는 정균환(鄭均桓)총재특보단장, 이인제(李仁濟)고문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기도 한다.

다른 고위 당직자는 "金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이후 당의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계파.지역.이해관계에 따라 쪼개지다 보면 '이회창 대세론'만 강화시켜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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