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첫 한국인 교수 신기욱씨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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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굴지의 명문대학인 스탠퍼드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교수가 된 신기욱(43.사회학)씨가 5일 일시 귀국했다.

한국학연구 강화를 내세운 스탠퍼드대에 의해 임용된 그는 국제학연구소(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의 선임 연구위원도 겸하고 있다.

대학측이 보이는 관심에 부응해 한국학 프로그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그는 학술진흥재단(이사장 김성재).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이인호) 등 한국학 지원 기관과 주요 대학 총장 및 스탠퍼드대 동창회 관계자 등을 만나 '한국학 자문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교수는 이 자문위원회를 바탕으로 "중.일 중심의 동양학을 연구하는 하버드대의 옌칭(燕京)연구소와 같은 수준으로 한국학 분야의 전임 연구원이 있는 최고의 연구소를 만드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 연구소를 미국의 한반도 정책관련 연구소로 특화할 계획이다.

"기존의 연구소가 교육 중심이라면 스탠퍼드의 한국학 프로그램은 정책연구 중심으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한 그는 "스탠퍼드가 미국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이런 좋은 조건을 활용해 후발 주자로서 타 대학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스탠퍼드대에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부시 대통령 안보보좌관 등 정책 브레인들이 여럿 포진하고 있어 한반도 정책 중심의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시키는 데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신교수는 "스탠퍼드대에 한국학 전공 교수가 처음이어선지 한국과 관련해 그동안 쌓였던 지적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격주로 한번씩 여는 세미나가 학생은 물론 실리콘 밸리의 사람들로 가득 메워진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의 주류적 시각인 식민지 근대화론과 우리 역사학계의 전통적 시각인 착취론을 동시에 비판적으로 극복하면서 농촌구조의 갈등을 통해 한국 근대 사회의 역사변동을 연구함으로써 미국에서 한국학계의 40대 기수로 떠오른 그는 최근 민족주의와 시민운동에 대해 많은 글을 내놓고 있다.

김창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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