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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철도 민영화 정치권이 도와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4일 철도청과 고속철도공단을 통합하고 철도시설의 건설.자산 관리와 운영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 민영화하는 내용의 관련법안을 의결했다. 이 방침은 공공부문 개혁의 주요 과제로 1999년에 정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가 이미 지난해에 나왔고 마스터플랜도 올 여름에 만들어졌는데 왜 연말 국회 회기 끝 무렵에서야 법안을 내놓을 정도로 여태껏 추진이 지지부진했는지 의문이다.

올해 철도노조의 반대로 두 차례의 공청회가 무산됐기 때문이라고 하나 이는 올바른 해명이 못된다. 하기야 현 정부 들어 일곱 차례나 장관이 교체된 건설교통부로서 어떤 정책인들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해도 철도 민영화는 정치권이 시기상조라며 외면하고, 노조측도 전면 파업 선언으로 반발해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가가 경영하는 공공부문 전부를 꼭 민영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견이 없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공기업보다 사기업 경영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철도가 깔린 전세계 1백20개국 중 국영인 나라는 남북한과 중국.러시아 등 6개국에 불과할 만큼 철도 민영화가 일반화돼 있다.

더구나 우리 철도는 만성 적자에 고속철도 건설까지 겹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국의 추산으로도 20년 후면 28조원을 넘게 된다.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철도시설 추가 투자는 희망이 없다.

민영화에 대한 노조측의 반대에도 일리가 있다. 우선 이윤 위주 경영으로 요금 인상에 적자노선 폐지가 우려된다. 그러나 버스.항공 등 대체 교통수단이 있는 한 요금 인상에 한계가 있고, 적자노선도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권의 레임덕 현상과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공공부문 개혁은 물건너간다는 걱정이 크다.

그러나 개혁에 별도 시간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며 필요한 개혁은 언제라도 추진하는 게 정도(正道)다.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분란의 소지가 있다고 공공부문 개혁 문제를 다루기에 등한해서는 곤란하다. 철도 민영화는 중지를 모아 미루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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