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소리] 취업 서류심사 기준이 뭡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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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광주에서 나서 광주에서 자랐고 현재 호남에서는 최고라는 전남대의 졸업반이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항상 성적이 학급에서 상위권에 속했다. 그래서 대학입시를 앞두고 서울의 중상위 수준 대학에 갈까, 우리 고장에서 제일 좋은 명문대학을 갈까 하는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었다.

대부분의 지방학생 부모들처럼 우리 부모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이니셜)를 못 갈 바에야 지방의 좋은 대학을 가라"고 권했다.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부담도 있을 뿐더러 이렇다 할 만큼 대학간의 실력 차이도 없을 바에야 지방 명문대가 낫겠지 하는 심정에서 나도 동의했다. 그리고 만족하면서 대학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입학 당시 수능점수가 비슷했던 서울의 중상위급 대학생과 다를 바 없다는 믿음은 나만의, 이 고장 학생들만의 착각이었을까□ 모두가 취업이 힘들다는 지금 지방대생, 그 중에서도 전라도 지방의 학생이라는 핸디캡에 여성이라는 점까지 겹쳐 나에게는 더욱 심하고 괴로운 취업난이 돼버렸다.

취업의 문을 두드린 것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지난 10월 초순에 있었던 시험은 사회의 지방대생에 대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억으로 남는다. 취업 시즌 초기라서 경쟁률이 극심해 실력이 좋은 친구들도 지방대 출신은 예외없이 서류심사에서 탈락할 때였다.

우리 학교를 방문한 그 기업은 졸업예정자들을 상대로 즉석 면접을 실시해 이를 통과한 이들에게 입사 원서를 나눠주었다. 다행히 나는 서류심사에 통과해 2차 면접까지 올랐다. 2차 면접에 오른 우리 팀 25명 가운데 지방대 출신은 단 둘뿐이었다.

그런데 면접관들은 "자네 과 학생이 총 몇 명인가?" "자네 학점은 상위 몇%인가?"하는 질문만 했다. 직장생활에 대한 나의 꿈을 펼쳐보일 질문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학점이나 토익 점수면에서 다른 지원자보다 결코 못하지 않을 터인데 형식적인 질문만 한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결과는? 물론 낙방이었다.

한 통신회사의 경우, 우리 대학 경영학부에서 서류심사조차 통과한 이가 없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다니고 토익이 6백점 대인 내 친구는 통과했단다. 우리 대학에선 토익 9백70점인 학생도 떨어졌는데 말이다. 더욱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나보다 실력이 부족한데도 '좋은 회사'에 합격한 이들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다. 학점도 뒤처지고 토익 시험을 치르지 않았는데도 내가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한 회사에 버젓이 합격한 이도 있다.

도대체 서류심사 기준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학별 학점 기준을 정하고 토익 점수 등 객관적인 비교를 거쳐 자기 소개서를 읽고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만족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지금 지방대에 다니는, '줄'없는 학생의 서러움을 받고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기회가 주어져 누구든 자신이 노력한 만큼 보람을 느끼고, 열심히 살면 좋은 결과를 얻는 사회였음 좋겠다.

고정현 전남대 경영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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