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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간 '조폭천하'…'두사부일체' 14일 개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고마해라, 마이 무우따 아이가'('친구')가 유행어가 된 지 얼마 안 돼 모범생이 깡패로 변해, 경주로 날아가 벌이는 사랑 싸움('신라의 달밤')을 볼 때만 해도 조폭이란 소재는 그런 대로 무난했다.

하지만 남자를 한 주먹으로 묵사발을 만드는 여자 조폭('조폭 마누라')이나 뜬금없이 절로 숨어든 건달들의 소동('달마야 놀자')이 또 대박을 터뜨리자 '이젠 그만'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 그런데 이번엔 그것도 모자라 건달이 졸업장을 따겠다고 학생이 돼 '신성한'학교로 진출했다는데….

'두사부일체'(頭師父一體)는 '두목.스승.아버지는 하나다'란 구호를 내건 올 마지막 조폭 영화다. 올 한해 한국 영화는 조폭으로 시작해 조폭으로 마무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먹 하나로 10년을 지내온 조직의 중간 보스 계두식(정준호)이 학력 때문에 심한 견제를 받는다. '보스가 되려면 고등학교는 나와야'라는 두목의 말에 상춘고에 편입한 두식. 그는 그곳에서 엉뚱하게도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간에 벌어지는 심각한 학원폭력을 경험한다.

조폭이란 컨셉트를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표방하고 있는 이 영화는 본격 코미디물이지만 학력 사회, 그리고 학원 폭력이란 문제를 비틀려 한다.

심사만 뒤틀리면 학생들의 뺨을 후려 갈기는 교사, 자식이 매를 맞았다고 학교로 달려와 상스런 욕을 해대며 수업 중인 교사를 폭행하는 학부모, 조직 폭력배와 연결돼 성적조작.성희롱을 일삼는 교장 등 학생이 된 두식의 눈에 학교는 조직 세계보다 더 잔인하고 비참한 요지경이다.

하지만 사회의 어둠을 풍자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지나친 영화의 폭력성과 덜컹거리는 구성 탓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두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심하다 싶을 만큼 부하 대가리(정운택)의 머리를 쉴 새 없이 후려치고, 학원 내에선 선생이나 학생이나 거의 조폭이라 불러도 될 만큼 폭력을 행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초반부에 그런대로 중심을 잡아가던 짜임새도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달리고 절정부 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조폭간의 패싸움 장면도 사실성과 세심함이 부족하다.

다만 승승장구하던 두식이 '계사장, 이메일 주소는 있지?'라는 라이벌 조직원의 질문에 '서울시 중구 명동…'이라고 답하거나 부하 상두(정웅인)가 '다음에 카페 하나 개설하려구요'라고 하면 '그게 우리 구역이냐?'고 되물어 망신을 당하는 대목 등이 이 영화가 코미디임을 각인시킬 뿐.

'싸이렌''아나키스트' 등에서 그다지 호평받지 못했던 정준호는 전작들에서와 달리 완전히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임창정이 고교생 양아치로, 김상중이 조직 보스로 우정 출연하는데, 특히 임창정의 건달 연기는 예전 '비트'의 환규를 생각나게 해 보는 이가 슬며시 웃음 짓게 된다.

윤제균 감독의 데뷔작. 14일 개봉.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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