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대학생활은 이렇게] 90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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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90년대 학번의 특징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3개씩만 들어보자.

먼저, 나쁜 것으로는 남의 말 안듣고 자기만 잘 낫다고 우기기, 외국가서 시간보내며 돈쓰고 오기, 학교에서 공부 안하고 엉뚱한 학원다니기 등이다.

좋은 것으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 용기있게 말하기, 어렵게 비용 마련해서라도 국제화에 걸맞은 영어실력 갖추기, 학교전공에 관계없이 하고 싶은 분야 자유롭게 공부해서 실력쌓기 등이다.

80년대 학번이 학교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공동체의식과 학생운동의 중요성이 90년대에는 자기자신을 위해 시간.돈.정력을 투자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으로 변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자신의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공을 최고의 미덕이요 보람으로 여기는 세대다. 물론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학 2학년 때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시작한 후 학교공부보다는 회사경영과 신제품 개발에 매달리게 되어 학교 수업에 빠지는 일이 늘어나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일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학교에 가지 못해 시험을 못 치른 적이 있었는데 "아무리 바빠도 학생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나무라시는 교수님께 "학생의 본분을 어긴 것은 나쁜 일이지만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분명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저는 지금 그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시험을 못치르게 되었다"고 말씀드린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기성세대에게 단순히 건방지고 나약하고 제멋대로인 '애들'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한가지를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가진 '젊은이들'의 모습으로 비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홍원 사장은 성균관대 한국철학과 94학번이며 현재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벤처기업 및 정보통신정책 전공)재학 중이다. 고교2학년에 재학 중이던 92년 국내 최초의 PC용 일한 번역 프로그램 한글가나를, 96년 3월에는 음성합성 시스템 화왕(話王)을 개발했다. 99년 ㈜두레소프트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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