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현대증권 보통주로 4천억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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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대증권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 AIG컨소시엄이 4천억원을 보통주로 투자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현대증권도 현대투신증권에 재출자한 주식값이 떨어질 경우 5년 뒤 액면가로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요구해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AIG는 최근 4천억원의 출자분을 우선주 아닌 보통주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IG는 당초 우선주 신주를 주당 7천원에 발행하고 연 5%의 확정배당을 달라고 요구했었다.

AIG의 입장 변화는 보통주의 배당률이 우선주와 별 차이가 없는 데다 보통주를 받을 경우 언제든지 시장에서 처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은 그러나 우선주를 보통주로 변경할 경우 신주 발행가를 7천원으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AIG가 발행가격 유지를 원하는데 비해 현대증권은 우선주가 보통주로 바뀌고 주가도 많이 오른 만큼 발행가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AIG가 보통주로 출자할 경우 우선주의 1년 뒤 보통주 전환, 우선주 발행가 기준 5% 배당 보장 등 협상을 방해해온 조건들이 자동 해소된다"며 "이미 투자 원금을 5년 뒤 현금으로 상환해 달라는 요구도 철회된 상태여서 협상이 순조로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증권은 AIG측에 현대투신증권 재출자분의 주가가 내릴 경우 액면가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AIG는 이미 주가가 오를 경우 액면가에 되살 권리(콜옵션)를 요구한 상태다. 양측의 요구가 서로 받아들여질 경우 현대투신증권이 정상화하면 AIG가, 회생에 실패하면 현대증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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