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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교육부총리 인터뷰] "수능 개선안 이달말 내놓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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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원정년 단축, 수능 등 입시제도 개선, 제7차 교육과정 도입 등 각종 교육개혁정책이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저항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교육대란(敎育大亂)이라는 신조어가 실감날 정도로 문제는 심각하다. 현정부 교육개혁의 마무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완상(韓完相)교육부총리를 이하경 교육팀장이 최근 만났다.

-교원정년 연장을 위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자민련 등 야당에 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시겠습니까.

"국민의 정서와 기대, 요구를 잘 반영하는 정치체제가 민주주의입니다. 국회에서 국민의 정서를 무시하는 의결은 성급하게 안하리라 생각합니다. 국민의 정서를 존중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될 경우 대통령께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리라 생각합니다."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시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대통령께 맡기시겠다는 뜻입니까.

"(약간의 침묵 뒤)그것은 자유롭게 해석하십시오."

-교원정년 단축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학부모들의 소망은 가급적이면 시대의 흐름을 더 빨리 이해하는 젊은 선생님들이 자녀들을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것인데 대체로 이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국민정서는 62세보다 더 젊어지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요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이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에 의해 수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득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일관성이 떨어지는게 아닙니까.

"원칙은 흔들림 없이 확고하게 유지하되 원칙을 실현하는 수단의 선택은 폭넓게 한다는 방침을 지켜왔습니다. 원칙을 어겨가면서 밀리거나 혹은 원칙을 포기한 경우는 없습니다. 적극적인 의견수렴을 했을 뿐입니다."

-근무 중 교원노조의 활동을 허용한다는 것은 원칙을 어긴 사례가 아닙니까.

"전교조가 제7차 교육과정을 안정화시키고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문성을 키우는 연수를 근무시간내 한다면 그것은 허용한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의 학습권은 절대로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원칙도 유지했습니다."

-전교조가 단순한 연수보다는 결국 조직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전교조와 비현실적인 약속을 한 게 아닙니까.

"전교조도 자기들의 주장을 모두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서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합니다."

-수능시험이 너무 어렵게 출제돼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난이도 안정화를 위해 원점수제를 폐지하고 표준점수제를 도입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갑자기 수능이 어려워진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달 말에 난이도 안정화를 위한 개선안을 발표할 것입니다. 저는 표준점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고3학생들의 수능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는 고교 교육 정상화를 이유로 모의고사와 보충학습을 금지한 교육부의 규제도 한몫 거든 게 아닌가요.

"일선 고교의 강제적인 보충수업 실시로 학생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이 훼손돼온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앞으로 교육부 차원의 일률적인 보충학습 금지보다는 시.도교육감이 지역 사정을 감안해 결정하도록 위임할 예정입니다."

-내년 신학기부터 고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학교 신.증설 공사가 쫓기듯 이뤄지고 있어 졸속 공사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내년 2월까지 완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존 여유 교실이나 특별교실을 활용해 1~2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학급을 편성하도록 하는 등 무리하지 않고 신축성 있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국립대 발전계획을 지난해 12월 발표했지만 아직껏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내년에 국립대학 중 1~2개 대학이 인사.재정에서 자율성을 가진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추진 중입니다. 중장기적으로 대학을 대폭 자율화시키겠습니다. 앞으로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인적자원개발의 중장기 계획을 세워 가장 우수한 인력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 어떻게 활용하고 배치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정리=강홍준 기자.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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