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병종·아키야마준·이선돈의 ‘하모니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만물이 태어나고 새롭게 조화를 이루는 계절, 봄이다. 앤갤러리(분당구 서현동)가 봄을 맞아 내달 6일까지 한국·일본·대만 3국의 작가 3인을 한데 모은 ‘하모니전’을 열고 있다. 동서양의 조화라는 특징 속에 각기 다른 색깔을 품고 있는 작가 김병종·아키야마준·이선돈이 만들어 내는 ‘다름’과 ‘조화로움’의 공간을 둘러봤다.

화려한 색감 속에 담긴 생명의 소중함

앤갤러리 1, 2층 전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작가 김병종의 작품 30점이다. ‘화폭의 시인’이라 불리는 그의 작품은 원색적이고 화려한 색감이 특징. 하얀 바탕에 더해진 빨강·파랑·노랑·녹색 등은 그림에 생명력이 불어넣는다는 평을 얻고 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쿠바·멕시코·아르헨티나 등 남미를 여행한 작가가 가장 강하게 인상을 받은 것은 남미의 색감”이라며 “서민들의 값싼 장신구나 집을 꾸밀 때 쓴 색상의 강렬함과 폭발적인 힘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생명의 노래’시리즈는 작가의 삶과 생각을 담고 있다. 1892년 연탄가스 중독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던 작가는 이후 생명의 소중함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생명의 노래’‘봄이야기’ ‘4월이야기’등의 작품에 그려진 나무·꽃은 작가에게는 생명력을 의미한다. 앤갤러리 정고은 큐레이터는 “그의 그림 속 사물은 사람의 몸으로 따지면 심장을 의미한다. 그림의 중심에 있는 커다란 나무·꽃은 생명력이 퍼져나가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종의 작품은 한지에 먹이 번진 이미지를 연출하고 닥종이로 입체감을 표현하는 등 동양의 정서를 듬뿍 담고 있다. 전통 공간의 미의식을 보여주는 것도 특징이다. 오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누르스름한 배경, 옛 토담과 장판 묘사에서는 정겨운 우리네 삶이 느껴진다. 그 위를 지나가는 거칠고 강한 붓터치와 다양한 색상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순수한 이미지를 지향한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씨는 “김병종의 작품은 힘이 있으면서도 아름답다”며 “때묻지 않은 우리의 힘, 우리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섬세하고 따뜻한 도예, 강렬한 토템유화

김병종의 그림 중간 중간에 놓여진 도자기들은 일본 작가 아키야마 준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30점 이상을 선보였다. 아키야마의 도예 작품에서는 일본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여기에 한국적인 따뜻한 색감이 더해 졌다. 작가는 10년 전 처음 한국땅을 밟고 한국식 도예법을 배웠다. 3년 전 한국 청도에 터를 잡고 한국식 장작가마 기법으로 도자기를 구워 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우리 백자만이 가진 절제미와 세련된 느낌에 섬세함이 더해졌다는 평을 듣는다. ‘검’ ‘항아리’ 등 사물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작품명에서 작가의 소박함이 엿보인다.

김병종의 그림이 원색을 사용하지만 따뜻한 느낌이라면, 대만 작가 이선돈의 작품은 원색의 강렬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이선돈은 현대의 피카소로도 불리며 지금까지 전세계 예술대상을 44개나 받을 정도로 주목을 받아왔다.

‘토템 에너지 유화’라는 새로운 장르로 중화문화의 정신을 전세계에 알린 작가이기도 하다. 화려한 디테일은 없지만 역동적이고 깔끔한 붓 터치, 유려한 곡선, 밝고 강렬한 색감의 독특한 화풍은 토템 신앙이라는 주제를 한 눈에 보여준다. 토템 에너지 유화는 중화문화에 서양회화 기법을 더한 장르다. 작가는 중국의 팔괘의 음양 조화를 통해 우주의 조화를 나타내고자 했다. 중국 특유의 빨강·금색으로 표현한 독특한 선과 회화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번 전시에는 4점이 공개됐다.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보러 왔다는 주부 정혜원(35·분당구 이매동)씨는 “다른 화풍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

[사진설명]생명의 소중함과 삶의 기쁨을 화폭에 담는 작가 김병종의 ‘4월의 노래’.

▶문의=070-7430-3323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사진제공=앤갤러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