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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영화] KBS2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KBS2 밤 10시30분)=한국 영화의 수작을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년)에서 등장 인물의 독백을 말풍선으로 처리한다든가 '첫사랑'(93년)에선 애니메이션을 도입하는 등 독특한 방식을 선보였던 이명세 감독은 이 영화에서 한단계 더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준다.

화가 박수근의 그림을 연상케하는 화면 처리에 만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재간이 인상적이다. 또 치밀한 연출은 기억에 남을 만한 명장면을 만들어냈고 형사들의 일상 행동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도심에서 마약거래를 둘러싸고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베테랑 우형사(박중훈)와 김형사(장동건)가 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사건의 주범이자 변장술의 달인 장성민(안성기)은 번번이 수사망을 벗어난다.

'양들의 침묵'의 조너선 드미 감독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인정사정…'에 매료돼 이 영화를 세번이나 봤다고. 그는 선뜻 할리우드 영화 '찰리의 진실'에 박중훈을 캐스팅해 촬영을 끝냈다. 박중훈 뿐 아니라 안성기의 노련함도 한껏 묻어난다.

비지스의 '홀리데이'와 노란 은행잎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가운데 장성민이 조직의 보스를 살해하는 장면이나 우형사와 장성민이 폐광에서 빗줄기 속에서 벌이는 격투신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99년작.★★★★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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