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옛소련 동포 차별 조항은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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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수립(1948년)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중국.옛 소련 동포와 자손들이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가 29일 결정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현행 재외동포법 관련 규정은 2003년까지만 효력이 인정되고, 정부가 이를 개정하지 않으면 2004년 1월 1일부터 해당 규정의 효력이 상실된다.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를 '재외국민'(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 영주권 취득자 및 거주자)과 '외국 국적 동포'로 구분해 이들에게 국내 체류자격, 출입국, 취업을 비롯한 경제활동, 토지취득 등에서 폭넓은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외국 국적 동포'는 '정부수립 후 미국 등으로 이주해 한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들과 그 자손들', 또는 '정부수립 이전 국외 이주자 가운데 외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사람과 그 직계 자손'으로 규정, 중국동포 등은 제외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韓大鉉재판관)는 이날 중국동포 3명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일제시대에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동포들과 그 자손들에게 과거 대한민국 국적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요구한 것은 이들을 법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중국동포 등도 모두 우리 동포"라며 "정부수립 시점은 법 적용의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헌 결정을 하면 정부수립 이후 해외로 이주한 재미동포 등에게 부여한 법적 지위가 상실돼 법적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에 비록 위헌적 법 규정이지만 일정기간 적용토록 했다"고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를 밝혔다.

한편 법무부와 외교통상부는 "헌재 결정 취지대로 관련법이 개정되면 중국동포 등도 거소신고증(주민등록증 대행)을 발급받게 돼 토지취득 등 경제활동과 자유로운 출입국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러나 "중국측이 중국동포들을 외국 국적 동포에 포함시키는 데 반발하고 있어 법 개정에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일부 재외동포들에 대한 차별을 지적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 논평을 발표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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