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판승, 4·4연대, 럭키 세븐 … 교육감 선거 ‘숫자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6·2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실천 협약식’에 참석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을 거치지 않아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만 표기된다. 왼쪽부터 이상진·이원희·남승희·김성동·김영숙·박명기·곽노현·권영준 후보. [안성식 기자]

다음 달 2일 치러질 서울시 교육감선거에 나선 남승희 후보는 17일 손가락 두 개로 ‘V’자를 그리는 모습의 선거벽보용 사진을 찍었다. 이미 촬영해놓은 사진이 있었지만 교육감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이 두 번째로 적힌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로 찍은 것이다. 남 후보는 “이(2)번엔 남승희” 같은 구호도 사용할 계획이다. 후보 측 관계자는 “14일 이름순번 추첨에서 1번이 아닌 2번을 뽑아 아쉬웠다”면서도 “2번을 최대한 활용해 순번 알리기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번추첨에서 가장 선호하는 ‘1번’을 뽑은 이원희 후보는 ‘한(1)판승’을 표어로 내세우고 있다. “첫 번째로 이름이 오른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하면서도 교육개혁에서도 한판승을 거두겠다는 의미”라는 게 후보 측 설명이다.

이처럼 8명의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이 투표 용지에 적힐 자신들의 이름 순번을 알리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만 표기된다. 그래서 자신들이 몇 번째에 이름을 올리는지를 얼마나 알리는지가 득표의 관건인 것이다.


5번 주사위를 뽑아 이름이 다섯 번째로 적히는 이상진 후보 측은 손가락 다섯 개를 활용한 홍보전을 구상하고 있다. 손을 쫙 펴는 간단한 방법으로 5번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순번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거나 간단한 손동작 등으로 표현이 어려운 후보들도 나름대로 불리함을 극복할 홍보전략을 마련했다. 7번째로 이름이 오르는 곽노현 후보는 ‘7’이 의미하는 행운을 강조하기로 했다. 그래서 구호를 ‘럭키 서울, 럭키 세븐(7)’으로 내걸었다. 곽 후보 측 박상주 대변인은 “TV·신문· 온라인 광고와 유세차량의 동영상 등에 ‘럭키 세븐’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라며 “공약집에도 ‘7대 공약’을 담겠다”고 말했다.

여섯 번째인 박명기 후보는 선거가 6월에 치러지는 점을 활용해 자신을 ‘6월의 사나이(교육감)’로 지칭한다. 6월에 새로 당선될 교육감으로 ‘여섯 번째 후보’를 내세운다는 취지다. 가장 뒤에 이름이 적히는 권영준 후보는 “ ‘끝까지’ 살펴보고, ‘마지막을 선택하라’”고 홍보하는 중이다. 김성동(3번) 후보 측은 ‘성공’과 ‘성동’이 발음이 유사한 점을 활용해 ‘서울교육 성공은 김성동’이라는 구호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할 계획이다.

4번을 뽑은 김영숙 후보는 아예 경기도 교육감 후보와 손잡고 이른바 ‘4·4연대’를 구축, 공동 홍보전을 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사교육 없는 세상을 만들라는 뜻에서 사(4)번을 뽑은 것 같다”며 “공교육을 되살려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 현장을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대 상대는 같은 ‘4번’을 뽑은 정진곤 후보다. 그는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지낸 바 있다.

글=박유미·김민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