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애 대한전선 명예회장 “산속 클래식 나눔으로 즐거움도 나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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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열고 있는 ‘토요일의 안단테’ 음악회가 깊은 산속 상큼한 옹달샘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푸른 숲 속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쉼표를 찍고, 새로운 활력과 감동으로 가득 채워줬으면 하는 게 제 소망입니다.” 대한전선의 양귀애(63·사진) 명예회장의 말이다. ‘토요일의 안단테’는 양 명예회장이 전북 무주의 무주리조트에서 2008년 3월 시작한 클래식 음악회다. 지금까지 48회가 열렸다.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고 1~2주에 한 번꼴로 개최돼왔다. 그동안 첼리스트 정명화를 비롯해 양고운(바이올리니스트)·송영훈(첼리스트)·손열음(피아니스트) 등 내로라하는 음악인들이 줄줄이 다녀갔다. 지난 8일에는 일본의 젊은 지휘자 중 인기가 높은 니시모토 도모미(40·여)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코리안 심포니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2009 스위스 취리히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진상(30)씨도 나와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양 명예회장은 “음악이라는 행복 바이러스로 주변을 더 멀리 감염시키고 싶다는 생각에서 음악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20~30명이 모여 실내악 등을 감상하는 ‘살롱음악회’을 부정기적으로 열곤 했어요. 이를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면 즐거움이 그만큼 더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행사를 확대한 거죠.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는 음악회를 위해 대한전선이 운영하는 무주리조트 안에 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용 홀을 지었다. ‘안단테’가 청정 자연환경 속에서 열리는 수준 높은 음악회라는 소문이 나면서, 연주회가 있는 날이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고정 관객이 몰린다. 전체 좌석 중 30~40%는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양 명예회장은 학창시절 피아노를 전공했다. 6년 전 세상을 뜬 남편(설원량 전 대한전선 회장)의 유지를 실천하는 문화재단을 맡아 바쁜 와중에도 하루 3시간씩 건반 앞에 앉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한다. 뿐만 아니고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문화나들이 프로그램인 ‘렛츠 아트’, 음대생들에게 공연감상 기회 제공하는 ‘아트 투어’ 등 문화나눔사업도 하고 있다.

양 명예회장은 “기업경영과 음악은 열정을 쏟아 붓고 몰입할 때 목적을 달성하고,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닮은 꼴”이라며 “산골에서 시작한 ‘토요일의 안단테’가 대도시는 물론, 해외까지 진출하는 명품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소중하게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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