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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특목고 입시 지형도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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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입시가 바뀌면서 가장 당황해 하는 수험생이 ‘리터니(Returnee)’로 불리는 조기유학 귀국생들이다. 경쟁우위에 서기 위한 전략으로 조기유학을 선택했지만 올해 입시상황에선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해 일부 귀국생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그러나 유학시절 내신공부와 포트폴리오용 활동 결과물을 미리 챙긴 귀국생들은 바뀐 전형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여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내신·유학자료 갖추고 경쟁우위 노려

귀국생들은 외고 입시에 관심이 많다. 올해는 입학사정관제(자기주도학습전형) 확대로 지난해 실시했던 영어듣기평가·구술면접·에세이 등 교과지식을 직·간접적으로 묻던 전형들이 없어졌다.

대신 서류심사(학습계획서·학교장(교사)추천서·자기소개서·학교생활기록부)·영어내신점수·인성면접 등으로 간소화됐다. 이에 대해 귀국생들은 입시 부담이 줄었다며 한숨을 돌리고 있다. 강점인 영어 공부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들은 유학기간 동안 발생하는 국내 교육과정의 학습결함 때문에 귀국 후 이를 따라잡느라 적지 않게 애를 먹어왔다. 특히 교과공부의 연속성과 배경지식의 이해가 필요한 역사·사회·국어(한문·고전 포함)교과에서 학습능력이 부족해 내신등급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김은진(가명·16)양은 “최근 중간고사 뒤 나처럼 외고 지원을 고려하는 리터니들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영·수·사·과 내신을 모두 반영하던 예년 입시에선 외고 지원에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류심사와 면접에서 내심 경쟁 우위를 예측하며 외고 지원전략을 세우는 귀국생도 나타났다. 바뀐 외고입시는 대회수상·인증시험 등 대외실적의 기록·반영을 금지한다. 이에 따라 귀국생들은 선발고사 폐지로 우수학생 선별에 애를 먹고 있는 외고에 자신을 알릴 방안을 찾고 있다. 자기소개서·학습계획서·추천서 내용 속에 자신의 유학 경험과 해외활동 실적을 암시할 방법을 찾느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외고 입시를 준비중인 자녀를 둔 한은경(47·가명·서울 인현동)씨는 “조금이라도 학습 격차 기간을 줄이려고 귀국할 한국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 특목고 입시를 준비시켜 주거나, 한국 교육청이 100%인정하는 교육과정을 갖춘 해외 국제학교만 찾아 다니는 학부모들이 생겨났을 정도”라고 전했다. 또 “귀국 전 입시정보를 수집해 해외 현지에서 사교육을 찾아 국내 교과를 보충학습 시키는 부모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학시절 학습결과물을 챙겨와 면접과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부모도 있다. 채지연(41·가명·서울 목동)씨는 “아이가 미국 유학때 학교 숙제로 쓴 영어 글들을 독서노트로 만드는 중”이라며 “면접에서 또래보다 좀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학업계엔 어학 공부 외에 아이의 진로와 연계된 비교과활동을 함께 챙길 수 있는지를 묻는 부모들이 늘었다. 5월초 조기유학박람회에 참여했던 링커스 허재범 원장은 “예년엔 조기유학 대상자가 초등 5~중 1학년이 주류였는데 반해 올해는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일찍부터 국제중·국제학교 입시를 준비하려는 경향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어휘·문법·독해 높이고 독서이력 채워야

올해 외고에 지원하려면 영어 내신성적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유학을 다녀와서도 영어내신성적이 부진한 귀국생들이 적지 않다. 입시전문가들은 유학 영어와 한국식 영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토론과 의사소통에 필요한 유창성은 갖췄지만 국내 문법식 영어시험에 필요한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문제 풀이식 공부에 익숙한 국내파 학생들 보다 듣기·회화 실력은 우수하지만 어휘·문법·독해 능력이 부족해, 영어내신시험 점수가 중위권에 머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바뀐 외고 입시에서는 1단계 관문인 내신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입시업계에선 합격선을 4%로 예측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안정권을 장담하긴 어렵다.

분당청솔학원 안미영 특목고입시상담실장은 “입학사정관전형에 따른 면접심사 강화로 1단계 전형 통과 인원이 합격 정원의 7~9배수였던 지난해보다 훨씬 적은 1.5~2배수일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또 “귀국생들이 강점을 가진 듣기평가시험이 없어 진데다 귀국생을 우대하던 특별전형 정원도 축소될 것으로 보여 상황이 불리해졌다”고 분석했다.

평촌이지어학원 남궁훈 대표는 “중학교 영어 내신시험은 듣기문제의 난이도가 높지 않아 귀국생만의 강점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설명]조기유학을 다녀온 중학생들이 서울의 한 어학원 귀국유학생 특별반에서 원어민과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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