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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대신 쓰는 것만 임플란트인 줄 아셨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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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기자

면역반응 작은 임플란트 속속 개발

임플란트의 역사는 까마득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임플란트는 3000년 된 이집트 미라에서 발견됐다. 다친 엄지발가락을 대신하기 위해 나무로 만든 보철장치를 하고 있었다.

서울대 의대 의공학과 김희찬 교수는 “현대적 의미의 임플란트는 약 50년 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며 “손상된 신체를 대체해 삶의 질을 높이고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몸에 실제 적용되고 있는 임플란트 종류는 다양하다. 부러진 뼈를 고정하는 볼트부터 치아·뼈·관절·수정체(눈)·달팽이관(귀)·혈관·음경·심장에 이르기까지 신체 곳곳에서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가슴 크기가 빈약한 여성의 유방 확대 수술에 넣는 실리콘 보형물도 임플란트 중 하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공신장·간·피부·자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약 1세대 뒤 모든 임플란트를 이식한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도 터무니없지는 않다.

아직까지 임플란트가 잃어버린 신체 기능을 100% 대체할 수는 없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 임플란트는 생체 적합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신체가 이물질로 여겨 공격하는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내구성이 약해 수명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점차 기능이 개선되고 있으며, 건강이 악화돼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새 삶을 열어주고 있다.

인공관절, 감기 심하게 앓으면 악영향

인공관절은 퇴행성·류머티스 관절염이나 사고로 망가져 버린 물렁뼈(연골)를 대신해 운동기능을 회복시켜 준다. 무릎관절(60%)·고관절(엉덩이뼈, 35%)에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으며 어깨·발목·손가락에까지 사용된다. 재료도 플라스틱에서 특수합금·세라믹으로 발전해 내구성이 강화되고 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윤수 교수는 “인공관절은 재료와 의술의 발달로 20년 이상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에 의한 부작용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박 교수는 “심한 감기·잇몸 질환 등으로 몸 어딘가에 감염이 발생하고 면역력까지 약해져 있으면 인공관절에도 악영향을 줘 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평소 적절한 운동과 영양섭취가 중요하다는 것.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은 “인공관절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선 체중관리를 통해 지나친 하중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고관절을 한 사람이 양반다리를 하거나 낮은 의자에 앉아 무릎이 엉덩이보다 높은 위치에 있으면 관절이 빠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막힌 혈관을 뚫어 혈액이 정상적으로 돌게 하는 스텐트도 대중화된 임플란트 중 하나다. 수㎜ 지름의 원통 모양 그물망을 삽입해 혈관을 넓혀준다. 협심증·심근경색증 등 혈관에 찌꺼기가 끼어 좁아지는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에 가장 많이 쓰인다. 하지만 우리 몸이 스텐트를 이물질로 여겨 혈전이 생기고, 스텐트로 새 살이 자라 오르며 혈관이 좁아지기도 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심장혈관내과 진은선 교수는 “혈전으로 혈관이 다시 막히는 것을 막기 위해 혈전용해제를 쓴다”며 “스텐트에서 자동으로 약물이 방출돼 살이 차오르는 것을 막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는 동맥경화의 원인인 흡연을 피한다.

최근에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스텐트도 개발 중이다. 호흡 시 공기가 드나드는 길인 기도에 종양 등이 생겨 좁아질 때 터주는 스텐트도 있다.

늘어지거나 해어져서 제구실을 못하는 혈관도 인공혈관으로 갈아준다. 대동맥이 주머니처럼 늘어난 대동맥류 등에 고어텍스·폴리에스테르·테플론 등 재료를 사용해 옷을 짜듯이 만든 인공혈관을 쓴다.

성(性) 분야에도 임플란트가 적용된다. 사고로 음경의 신경이 절단돼 발기가 안 되면 음경에 고무풍선과 같은 보형물을 이식한다. 성 관계가 필요할 때마다 액체를 흘려보내면 보형물이 부풀어오르며 발기된다.

인공와우 했다면 정전기 조심해야

임플란트는 잃어버린 청력과 시력도 찾아준다. 소리의 진동을 청신경에 전달해주는 귓속 달팽이관(와우)이 손상돼 청각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인공와우를 이식한다.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 청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해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는 “인공와우는 전자장비이기 때문에 스웨터, 실크의류, 플라스틱 미끄럼틀 등 정전기를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은 주의하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시에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이염은 인공와우의 기능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감기를 앓으면 빨리 치료받는다.

눈에서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인공수정체는 오래전부터 상용화돼 백내장이나 노안 교정에 사용되고 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김응수 교수는 “인공수정체는 생체 적합성이 우수해 시술 후 부작용이 없다”며 “근시가 심해 각막을 깎아내는 라식 등의 시력 교정술이 한계가 있을 때는 각막과 수정체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렌즈를 삽입하는 렌즈 삽입술을 한다”고 설명했다. 수명은 반영구적이다.

중추신경계의 한 부분으로,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해 물체를 식별하는 망막과 각막은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인공망막은 빛과 어두움, 물체의 모서리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눈에 치료를 목적으로 이식하는 임플란트에는 녹내장의 안압을 낮춰주거나 막힌 눈물 길을 열어주는 튜브가 있다.

생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심장도 이미 2000년대 들어 인공으로 만들어졌다. 50여 년 연구의 성과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심장의 기능이 거의 손상됐지만 당장 심장 이식을 받기 힘든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가했다. 기계이기 때문에 고장이 나서 멈춰 버리면 환자가 사망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500여 명이 인공심장을 이식 받았고 최장 생존기간은 17개월이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선경 교수는 “최근에는 피를 내보내는 좌심실과 우심실의 기능을 돕는 보조형 인공심장의 개발이 활발하고 이식 건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심장의 수명은 5~10년 정도며 가격은 수억원에 이른다. 보조형 인공심장은 수천만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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