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 집중했다, 세계시장 휘어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휴대전화용 광학트랙패드(OTP) 제조업체인 크루셜텍의 특허팀 직원들이 경기도 수원 중앙연구소에서 회사가 받은 특허증을 자랑하고 있다. 크루셜텍은 특허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7명의 직원으로 특허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오른쪽은 크루셜텍의 OTP를 이용해 휴대전화에서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것을 설명한 슬라이드 화면이다. [김성룡 기자]

# 스마트폰의 커서를 움직이는 장치인 광학트랙패드(OTP) 메이커 크루셜텍, 이 분야 세계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비결은 남들이 만들지 못한 새로운 입력 장치를 개발해 냈다는 것. 생산품의 96%가 수출용이고 블랙베리로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과 노키아, 샤프 등 글로벌 기업이 고객이다.

#‘나노 분산 기술’로 한 우물을 파는 기업, 나노신소재. 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입자를 뿜어 얇은 막을 만드는 기술로 터치스크린·태양전지·반도체용 소재를 만든다. 이 회사 역시 제품의 90%를 수출한다. 미국 3M 등 글로벌 기업이 고객이다. 창업 초 국내 기업들에 납품하려 했지만 갓 생긴 벤처기업을 못 미더워해 세계로 눈을 돌렸다.

생소한 이름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 그러나 자기 분야에서 단단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 이른바 ‘히든챔피언’을 노리는 곳이다.

본지는 수출입은행과 함께 히든챔피언으로 커갈 수 있는 기업 가운데 우선 10곳을 선정해 그들의 경쟁력과 경영계획, 그리고 고민거리를 취재했다. 수출입은행 손영수 히든챔피언육성팀장은 “후보 기업들은 모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글로벌화를 추구한다는 히든챔피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이 있고,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 시장을 노린다는 게 특징이라는 얘기다.

선박엔진용 공기냉각기 시장에서 세계 1위(시장점유율 27%)인 동화엔텍의 김강희 회장은 지난 2007년 연구개발센터로 회장실을 옮겼다. 기술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브레이크 패드 분야의 국내 1위인 상신브레이크는 1975년 창립 이후 이 분야에서만 기술을 키워 왔다. 다각화한 기업보다 성장이 늦었지만 기술을 축적하면서 최근 해외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김효일 대표는 “공단에 입주한 다른 기업들이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볼 땐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기술에 투자하며 참아내니 결국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술만 확실하다면 세계로 나가는 게 더 수월할 수 있다고 했다.

글=김원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s)=세계시장 점유율이 1~3위이고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매출액 40억 달러 이하의 기업을 가리키는 말.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히든챔피언』에서 정의했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실정에 맞게 수출이 1억 달러를 넘고 세계시장 지배력을 갖춘 기업을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정하고, 2019년까지 300곳을 육성할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