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할 약속' 재건축 아파트 공사 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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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사업일정 앞당기기가 심하다. 건설업체.재건축조합 등은 재건축 행정절차 기간과 법규를 무시하고 지킬 수 없는 사업일정을 내세워 조합원과 투자자를 혼란케 하고 있다.

특히 일부 대형업체들은 '일단 공사부터 따고 보자'며 불가능한 조건으로 수주전을 주도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일부 조합은 외부에 사업이 잘 추진될 것이란 인상을 주기 위해 사업 일정을 실제 가능한 기간보다 2~5년 앞당겨서 입찰제한서를 제출토록 시공업체들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ttp://www.joinsland.com) 참조

이 때문에 시공사와 조합이 내건 사업 일정만 믿고 투자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10일 LG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3단지의 경우 업체들이 제시한 초고속 사업일정을 두고 말들이 많다. 입찰제안서를 낸 LG건설.롯데건설 등은 약속이나 한듯 다음달 저밀도지구기본계획 확정고시를 받아내고, 내년 2월 안전진단을 거쳐 3월 조합설립인가, 4월 사업승인을 얻어낸 뒤 2006년에 입주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터무니없는 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잠실과 청담.도곡 저밀도지구도 시공사 선정 후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데만 3~7년이 걸렸다. 게다가 조합인가 후 건축심의를 거치는 데 1년이 필요했고, 사업승인은 지구별로 한 단지 또는 2천5백가구만 먼저 내준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계속 미뤄지고 있다.

특히 반포지구는 소형 건립의무비율 문제가 풀리지 않아 5개 저밀도지구 중 유일하게 지구기본계획고시가 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체측은 "최대한 사업 추진을 서두르기 위해 이같은 일정을 제시했다"며 "행정 절차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포지구에서 시공사가 약속한 사업일정은 서울시.구청의 입장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건설과 LG건설이 수주한 개포주공1단지와 4단지 재건축도 당초 업체측이 약속한 사업일정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1단지는 올해 말 이주를 시작해 2003년 착공한다는 계획을 내놨고, 4단지는 2005년에 완공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구단위계획 수립과 용적률 문제 등으로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중층 단지도 마찬가지다. 반포동 신반포한신3차.청담동 한양 등 재건축 아파트를 수주한 업체들은 지키지 못할 사업일정을 제시한 뒤 사업지연 이유를 서울시와 구청 탓으로 돌리고 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실장은 "시공사들이 비현실적인 사업일정과 용적률 등을 제시해 재건축 시장의 거품과 과열을 부추기고 있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대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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