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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지방 상권] 하. 중소유통업 활성화 대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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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 쇼핑가는 이제 단순히 물건만 사고 파는 거리가 아니다. 사고 팔 물건도 있어야 하지만 교통도 편리하고, 놀고, 먹고, 보고, 쉬고, 즐기는 만능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쇼핑가로 떠오르고 있다. 도심형 복합 쇼핑공간인 코엑스몰이 대표적인 쇼핑가의 모습이다. [중앙포토]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도심 상권을 되살린다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도심 재개발을 위해 20억~1000억원씩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중소 유통업의 침체를 그냥 놔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통업이 지역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역에 따라 7~18%에 달한다. 제조업체가 많은 울산(4%)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

하지만 유통 전문가들은 "도심 상권을 살려내기 위해선 건물 정비 등과 같은 하드웨어적으로 접근할 단계는 아니다"며 "대형 업체와 중소 자영 유통업체의 협업체제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지적했다.

◆ 협업.조직화가 활로=성남시에서 그릇과 주방용품 상점을 하던 이모씨는 분당에 있는 할인점의 저가 공세에 밀려 끝내 문을 닫았다. 이씨는 "할인점들이 번갈아 프라이팬 등을 싸게 내놔 나도 집에서 쓸 프라이팬과 냄비는 할인점에서 샀다"고 말했다. 소매업자들은 물건을 떼오는 가격이 높아 가격을 깎아주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대형 할인점은 막강한 구매력을 내세워 싼 가격으로 물건을 대량으로 확보해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애당초 대형점과 중소유통업은 경쟁이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중소 유통업체 간의 협업과 조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동으로 물건을 사고 물류비를 아끼면 대형 업체와 경쟁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역특화상품.향토 상품이나 농산물 등은 지방 상인끼리 협동해 프랜차이즈 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 백인수 연구위원은 "중소 유통업도 대형점이나 기업형 유통점들과 비슷한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협업하고 조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형 유통점과의 공존=안양대 김동환(무역유통학과)교수는 대형 유통점과 중소 유통점이 공존하는 쇼핑센터 형태의 협력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호주에서는 대형 할인매장 안에 할인점 정육점과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정육점이 나란히 있다"며 "중소 유통점은 대형 유통점이 손을 대지 못하는 서비스나 업종을 찾아 서로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할인점이나 대형 쇼핑몰은 한자리에서 일괄구매하는 이점은 있지만 쇼핑 이동거리와 시간이 많이 드는 불편한 점이 있다. 빨리, 조금만 사고 싶어하는 소비계층에겐 중소 점포가 유용하다. 이런 점에서 대형 쇼핑몰 등과 중소 유통업이 적절히 혼재된 모델도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언론에선 월마트와 홈디포 같은 대형 점포 틈바구니에서 쑥쑥 성장하는 중소 주택용품 판매 업체인 '보라사 하드웨어'를 주목하고 있다. 보라사 하드웨어는 일요일에 가게를 닫고, 광고와 세일도 안 하지만 집수리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으로 단골을 끌어 모으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집수리 제품에 대한 보라사 하드웨어의 조언은 바로 구매로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전미국자영사업연맹은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소형 점포는 제품 판매와 서비스업을 겸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환경 재정비=정부는 올해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에 1100억원을 지원했고 내년에도 재정 지원을 할 예정이다. 재래시장은 이 돈으로 배수시설을 고치고, 아케이드 시설을 만드는 등 시장을 단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심 상권 정비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도심 상권 재정비를 위해선 시설정비 수준으로는 어림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이 도심형 엔터테인먼트 쇼핑몰로 선보인 후 유통가의 개념은 물건을 사고파는 거리에서 유통.문화.오락에다 교통과 주차까지 한꺼번에 해결되는 거리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도심 상권은 교통이 복잡하고 문화기반이 취약하다. 결국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 등의 기능을 보강하는 유통환경 재정비가 도심 상권을 살리는 열쇠다.

◆ 기획취재팀=양선희.홍주연.이철재(산업부), 황선윤.서형식(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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