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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자유도시가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청사진을 내놓고 연내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제주도의 자유도시화는 그동안 적극적인 세계화 추진을 위해선 한 지역을 정해 과감히 시범을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왔고 잘만하면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새로운 국제도시가 태어난다는 데서 반길 일이다.

제주도는 2시간 비행 거리에 인구 5백만명 이상인 도시가 18개나 있을 정도로 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심적 위치를 평가받아 왔다. 여기에 천혜의 자연환경과 섬 지역이어서 인구와 경제 규모가 작아 차별적 제도를 적용해보기에 맞춤 조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국가전략을 어떤 방법으로 점검하고 효과적으로 시행하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주도에 대해서는 1964년 이후 여섯차례의 건설종합계획과 네번의 자유도시안이 마련됐으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필요성은 절실했으나 그만큼 여건이 성숙하지 못했다.

이번 자유도시안도 당초 목표는 동북아의 물류.금융 중심인 국가개방 거점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으나 일차적으로 관광.휴양도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주도가 물류.금융 중심을 꿈꾸기에는 인프라 등이 허약해 현실적으로 거리가 먼 것이다.

지금껏 제주는 내국인에게도 외면을 당할 정도로 높은 물가에 열악한 시설,언어 불편 등 불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런 관광장애 요인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제주개발안에는 또한 관세자유지역 설치, 내국인 면세,무비자 확대 등 기존 국내법을 뛰어넘는 실험적인 조치들이 적지 않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시비 등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이슈인 만큼 시행에 앞서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2003년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다시 원위치할 우려도 없지 않으므로 여야를 초월한 국가전략으로 다듬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친환경적인 개발이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야 하며 동시에 제주도 발전의 과실을 제주도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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