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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디지털 중고품족'… 알뜰서핑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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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외국계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고모(28)씨는 '중고품 매니어'다. 그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들어가 중고 디지털 전자기기만 구입한다. 올 들어 고씨가 전자상거래 시장인 옥션에서 구입한 디지털 전자기기는 휴대전화기.노트북 컴퓨터. PC.스캐너 등 모두 20개에 이른다. 해마다 20개 정도의 중고품을 산다. 휴대전화기를 특히 좋아하는 고씨는 지난해 중고 휴대전화기 10대를 샀고 올해도 5대를 구입했다. 고씨는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는 디지털기기를 모두 살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중고품으로도 얼마든지 새 기능을 섭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고 매니어의 구입 요령=고씨는 그동안 산 휴대전화기 15개를 모두 갖고 있지는 않다. 그는 한번 산 중고품은 2개월이 되면 반드시 되팔고 다른 중고품을 산다. 고씨는 "새 제품을 구입해 3개월가량 쓰다 중고 시장에 내놓으면 가격이 뚝 떨어지고 그 가격이 3개월간 유지된다"며 "3개월가량 된 중고품을 두 달 쓰다 다른 중고품을 사면 거의 추가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항상 새 제품을 사용하는 기분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이런 방식으로 펜티엄4급 노트북 컴퓨터를 샀다. 고씨는 갖고 있던 펜티엄3급 노트북 컴퓨터에 10만원을 보태 펜티엄4급을 장만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중고품을 살 때는 중고 가격이 안정적인 브랜드만을 고른다. 이 밖에 그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가격 흥정이 쉬운 급매물과 경매 마감시간이 임박한 제품을 눈여겨본다.

◆ 중고 전자제품 매매 급증=전자상거래업계 관계자는 "불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자제품의 수명이 워낙 짧아 중고품의 매매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옥션에서 노트북 컴퓨터.휴대전화기.디지털 카메라.MP3 플레이어 등 10~30대가 선호하는 디지털 제품의 거래가 크게 늘었다. 노트북 컴퓨터의 경우 2002년 53대47이었던 중고와 신제품의 매매 비중이 22일 현재 69대31로 바뀌었다. 2년 전에 비해 중고 휴대전화기 매매 비중도 세배로 높아졌다.

옥션의 배동철 이사는 "신제품만 좇아다니는 '얼리 어답터'나 싫증을 잘 내는 10대와 20대가 새것 같은 중고품을 많이 팔고, 가격과 기능을 중시하는 30대와 40대가 이들이 내놓은 매물을 거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 단명에 그친 전자제품=올 들어 11월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새로 내놓은 휴대전화기만 40종이 넘는다. 여기에다 LG전자와 팬택계열 신제품까지 포함하면 국내 시장에 출시된 휴대전화기는 110종에 이른다. 올 들어 25일까지 3일마다 새 제품이 하나씩 나온 셈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화소 경쟁도 뜨겁다. 올 들어 600만.700만.800만 화소 디카가 연이어 나왔다. 이 바람에 중고 시장에는 일반인이 쓰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300만.400만 화소의 디카 제품이 쏟아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캠코더.디지털 카메라.MP3 플레이어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에 안간힘을 쏟고 있어 디지털 전자제품의 수명은 갈수록 짧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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