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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3억 대륙' 서 휘날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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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중국의 스크린에 오를 한국 영화의 주요 장면. 위부터 ‘어린 신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오아시스’ ‘원더풀 데이즈’.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올해 중국의 높은 벽을 또 한번 실감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중국 개봉을 추진했으나 정치적 변수로 포기해야 했다. 6.25 당시 중국군이 개입했던 사실이 개봉에 걸림돌이 됐다. 그는 '쉬리'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남북 대치라는 민감한 상황 때문에 '쉬리'의 중국 입성은 계획에 그쳤다. 영화에 대한 '열린 시각'이 아쉬웠다.

드라마.가요에는 빗장을 연 중국 대중문화 시장은 아직 한국 영화계에는 미개척지다. 상하이 영화제 등을 통해 한국영화가 드문드문 소개됐으나 정식 개봉한 작품은 '무사''클래식''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세 편에 불과하다. 중국은 1960~70년대 우리 영화계처럼 정부가 외국영화 수입 편수를 제한하고 있으며(현재 연 24편 정도.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로 채워짐), 또 아직 저작권 개념이 희박해 불법 복제 영상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변하고 있다. 연평균 80여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중국의 극장가는 현재 소프트웨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영화에 대한 수요는 커졌지만 이를 충족시키는 작품이 빈약한 것. 중국 당국은 영화 수입 편수를 늘리는 한편 자국 영화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 중이다.

'무사'를 제작한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는 "중국은 '해적판' 천국이나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저작권이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 유예기간도 2010년 끝나 앞으로 한국 영화가 뛰어놀 무대는 넓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6일 베이징 번화가에 있는 신세기.신동안 극장에서 열릴 '2004 베이징 한국 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중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다. 상업영화.작가영화.애니메이션 등 최근 화제작 열두 편이 공개된다.

'한.중 영화협력을 통한 세계 무대로의 도약'을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는 양국 영화인은 물론 국회의원 등 정책 관계자가 한데 모이는 첫 자리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한국에선 영화진흥위원회.중앙일보가, 중국에선 중국 최대 영화사업자인 차이나필름과 정부 산하기관인 중국영화해외추광중심이 공동 주최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이충직 위원장은 "중국 정부가 내.후년쯤 영화 개방 폭을 확대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국의 만남은 장기적 안목에서 서로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제작.배급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사안이 적지 않다는 것. 예컨대 한국의 제작 노하우와 창의력, 중국의 드넓은 자연과 풍부한 인력을 결합하면 세계에 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에는 양국의 영화인이 대거 출동한다. 한국에선 강제규.김기덕.이한.김용화 감독, 영진위 이충직 위원장.장미희 부위원장, 배우 차태현.장서희.이은주.장신영 등이 참여하며, 중국에선 장이머우(張藝謨).쉬커(徐克) 감독, 배우 장쯔이(章子怡)가 함께할 예정이다. 국회 문광위 소속 이미경.정병국.이광철.정청래.민병두 의원도 건너가 양국의 영화 정책을 협의한다.

중국 측은 2일 개막식을 베이징TV.중국중앙TV(CCTV).상하이 동방TV에서 방송할 예정. 내년 한국에선 '2005 서울 중국영화제'도 열린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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