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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유순신 유니코서어치 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바쁜 하루하루에 손에 책을 드는 시간이 얼마되지 않건만 그나마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필요한 경제 서적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휴식이 필요하기에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친 후 가끔 집어 드는 책이 있다. 법정 스님의 책이다. 『무소유』 『법구경』 『오두막 편지』 『산에는 꽃이 피네』 『인도기행』 『서 있는 사람들』 등 그의 책 대부분을 섭렵했다. 특히 『무소유』는 내겐 매우 특별한 책이다.

그 책을 뒤적이자면 힘들었던 일로부터 잠시 해방되어 마음이 잔잔히 가라앉곤 한다. 아주 어렵고 피곤한 난제를 만났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면서 다시 그 일을 마주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곤 한다. 『법구경』은 불교경전을 풀이한 책으로 인생의 주옥과 같은 진리의 말씀들이 수록되어 있다.『오두막 편지』는 그의 순수한 영혼의 산문집으로 손에 들고 다니며 읽기 용이하다.

혹자는 그의 가르침이 너무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이상적인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그의 글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에게 위안을 주고 머리를 식혀준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가 항상 주장하는 스스로가 결정하는 자주적인 삶, 주인되는 삶은 범인인 우리네에게는 오래도록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로 치부되곤 하지만 그의 책에서는 한결 쉽고 마음 편하게 바람처럼 가슴에 스며드는 것 같다.

마지막은 『산에는 꽃이 피네』의 한 구절로 마무리 짓고 싶다."꽃들은 자기 자신과 남을 비교하지 않는다. /매화는 매화의 특성을 지니고 있고, 진달래는 진달래다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저마다 최선을 다해 피어날 뿐 어느 꽃에게도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는 시샘과 열등감을 낳는다. /우리들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풍성하게 존재하는데 있다. /저마다 의미를 채우는 삶이 되어야 한다."

곤했던 몸에 엔돌핀을 맞은 듯이 맑고 개운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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