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에어 CEO 오리어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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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어떤 위기에서도 살아남는 기업은 있다. 9.11 미 테러참사 이후 세계 항공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아일랜드의 라이언항공(Ryanair)은 다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주식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이 항공사는 유럽 최대다.무려 45억4천만달러(지난 12일 현재)로 독일의 루프트한자(45억1천만달러)를 따돌린 것이다.

라이언항공의 이같은 실적 호전은 최고경영자(CEO)로 마이클 오리어리(40)를 만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리어리는 1990년 운항 개시 4년 만에 2천만파운드의 적자에 허덕이던 이 회사를 인수, 과감한 비용절감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기내식도 안주고 변변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 대신 요금을 대폭 낮춰 성공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벤치마킹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라이언 항공은 런던~더블린간 왕복요금을 49파운드(약 9만원)로 낮출 수 있었다. 90년 당시 경쟁사인 브리티시항공의 요금은 2백9파운드였다. 19개의 노선도 5개로 축소했다. 그동안 운행하던 14대의 프로펠러 항공기를 없애고 6대의 제트기를 도입했다.

저가 운임과 비용절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91년 흑자를 냈다. 이를 발판으로 영국과 아일랜드에 집중됐던 노선을 확대했다. 현재 이 항공사의 노선은 11개국 56개 노선으로 늘어났다.

라이언항공의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39% 증가한 8천8백만유로(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높은 주가는 이런 실적을 반영한 것이다. 비록 보유 항공기가 39대에 불과하지만 수백대의 항공기를 거느린 대형 항공사보다 가치가 높다고 투자자들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언항공은 부채도 거의 없다. 대형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구입하느라 거액의 빚을 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성공적인 회생작업으로 오리어리는 성공한 경영인으로 분류되지만 정작 자신의 나라인 아일랜드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냉혹한 비용절감 정책이 친노동계 성향인 언론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98년 회사 내 수하물 노조 설립을 거부했으며 노조원들이 회사에 손실을 입히자 이를 배상하게 했다. 이로 인해 당시 총리 등 정치권에서는 그를 "천민 자본주의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같은 갈등으로 97년 이후 라이언항공은 아일랜드 내에서는 노선을 확장하지 않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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