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타결 막판 협상 들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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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홍병기 기자] 뉴라운드 협상이 일부 쟁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타결을 위한 막판 협상에 들어갔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제4차 각료회의 마지막날인 13일(현지시간) 의장 직권으로 6개 분야별 그룹 회의에서 나온 쟁점들을 종합한 각료 선언문 초안 수정안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를 토대로 논의한 뒤 전체 회의에서 통과되면 아홉번째 다자간 국제 통상 규범인 뉴라운드(가칭 도하 라운드)가 공식 출범한다. WTO는 이날 오후 11시(한국시간 14일 오전 5시)에 전체 총회를 열어 뉴라운드 출범 여부를 결정한다.

각료 선언문 수정안에 따르면 최대 쟁점인 농업 분야는 실질적인 시장 개방을 원칙으로 2003년 3월까지 시장 개방 양허안을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점진적인 시장 개방을 주장해 온 한국 등 농산물 수입국의 요구는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의 초안 수정 불가 방침에 밀려 사실상 거부당했다.

이에 따라 선언문 초안 내용이 그대로 확정돼 뉴라운드가 출범하면 한국은 2년 안에 상당수 농산물의 수입 관세를 낮추는 등 농산물 시장의 대폭적인 시장 개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2004년 쌀시장 개방 재협상에도 이같은 원칙이 적용돼 한국의 예외 인정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반덤핑 조치의 남용을 막기 위한 WTO 규정 개정은 적법한 무역구제 수단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한다는 절충안이 마련됐으며,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 대립이 심한 지적재산권 분야도 개도국 요구를 일부 수용, 에이즈 치료제 등 신약 개발의 예외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인도 등은 환경.개발도상국 우대 문제 등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해 14일 새벽까지 논의를 거듭하며 막바지 진통을 겪었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다양한 현안에 대해 상당한 이견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수석대표인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시애틀에 이어 협상이 다시 결렬되면 WTO 체제가 흔들린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EU 등의 태도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1999년 12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3차 각료회의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심한 견해 차로 선언문 마련에 실패해 협상이 결렬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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