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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CIA 비밀요원 50% 증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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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작전.정보분석 요원을 내년 중 50% 늘리도록 지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8일 "테러.대량살상 무기 등 새로운 위협에 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인력을 두 배로 늘리고, 아랍 등 특수 임무지역 언어에 숙달된 요원도 50% 늘릴 것을 지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입 요원 채용.훈련에 따른 예산안과 실행방안은 90일 이내에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전직 CIA 인사 담당자는 "부시 대통령이 요청한 인력 충원은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라면서 "새로운 훈련 시스템과 설비가 필요하고 공격적으로 선발하는 과정에서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직 CIA 관리들은 "신규 충원인력은 약 4500명"이라며 "이 중 3분의 1은 직접 공작을 하고, 나머지는 본부와 해외에서 지원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CIA 총요원 수는 2만명에 이른다.

신규 채용되는 비밀요원 상당수는 북한.이란이나 테러단체 등 위험한 목표물에 투입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들의 훈련.배치는 매우 힘든 작업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비밀요원들은 외교관 행세를 하며 대사관 밖에서 첩보수집.공작 임무를 수행하지만 해당 국가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될 경우에는 미국 정부가 존재를 부인하는 '비공식 요원'이 된다.

이와 관련, 포터 고스 CIA 국장은 최근 각국 CIA 요원들에게 미국대사관을 근거로 한 일상적인 첩보 활동을 벗어나 더욱 공세적으로 정보 수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고스 국장은 특히 지난 9월 24일 비공개 취임 연설에서 "CIA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창 역할을 하는 기관이며 현재 미국은 뾰족한 창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고 USA 투데이가 보도했다. 영화 '007시리즈'에서처럼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비밀 요원들을 해당 국가의 정부 기관에 침투시켜 첩보.군사작전 등을 적극적으로 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9.11 테러조사위원회가 지난 7월 비밀요원.정보분석가.언어전문가 증원 등 정보기구 체제 보완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CIA가 9.11 테러정보를 사전에 입수하지 못한 점이 지적됐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7일 법무장관에게 "연방수사국(FBI) 내에 '전문적이고 통합된 국가안보팀'의 창설안을 90일 이내에 제출할 것"을 지시하는 등 정보기구 개편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미국 하원이 지난 20일 정보기구 개혁안 통과를 거부하는 등 집권당인 공화당에서도 개편 방향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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