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보이는 교원정년 연장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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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교원 정년(62세)을 연장키로 함에 따라 법안 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당초 한나라당은 교원 정년을 65세로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자민련측 안(63세)을 받아들여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오늘 해당 상임위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야당의 교원 정년 연장 추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65세이던 교원 정년을 국회 표결을 거쳐 1999년 1월 62세로 줄였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4만2천여명의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야당측 주장대로 교육 현장에선 교사 부족 현상이 날로 심화해 퇴직자의 기간제 교사 충원이나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의 교육대 학사 편입학 후 초등교사 임용 방안 등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3년엔 초등학교의 기간제 교사만 7천6백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그렇다고 시행 3년 만에 교원 정년을 다시 늘린다면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무엇보다 이미 퇴직한 교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다. 왜 그들만 제도 변화의 희생물이 돼야 하는가.

더구나 교원 정년을 다시 1년 연장한다 해도 교원 수급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게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교원 정년 연장은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들의 변화 요구와도 거리가 멀다. 74.7%가 정년 연장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난 한 여론조사 기관의 지난해 말 조사 결과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학부모들은 교원 정년 단축에 긍정적이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이 특정 정권이나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지(之)자로 흔들려선 안된다. 거대 야당이 됐다고 무리하게 교원 정년을 연장하려 든다면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票)를 얻기 위한 인기 영합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눈에 보이는 표를 얻으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표를 잃을 수도 있다. 교육정책을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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