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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농업 새 길 찾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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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출범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뉴라운드에서도 역시 농업문제가 가장 논란이 큰 의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뉴라운드 협상의 방향을 제시할 각료선언문 내용을 둘러싼 논의가 농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알 수 있다.

***뉴라운드 농업분야 긴장

7년 전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우루과이 라운드(UR)의 기억과 함께 이제 새로운 다자협상체제 아래에서 전개될 대내외 농업규범 정립작업은 다시 한번 온 국민을 긴장하게 하고 그 결과에 경악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올해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으로 축산농가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예상된 것이라 하더라도 쌀 생산이 3천8백만섬을 초과해 농민들은 오히려 풍년을 두려워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는 협상전략의 구상과 현장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한국 농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또한 이를 위해 어떤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인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는 앞으로 농업 또한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영위될 것이기 때문이다.

뉴라운드로 인해 초래될 농산물 생산과 교역의 시장경제체제에의 편입은 이제까지 시행해 왔던 무조건적인 농업 보호와 이로 인한 높은 국내 농산물가격 및 과잉생산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상품생산 산업으로서의 농업이 시장경제체제 아래에서 생존하고 또한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들이 필요하게 된다. 첫째, 국내 농가가 생산하는 농산물이 소비자로부터 높은 가격을 받도록 수입농산물과 차별화된 농산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유능한 인력이 농업에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적정 규모의 영농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소비자로부터 국내 농산물이 높은 가격을 받고도 팔릴 수 있으려면 그 품질과 안전성에 있어 수입농산물보다 우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덜 사용한 환경농산물을 제공하거나 지리적으로 유명한 농산물이 제대로 된 유통경로를 통해 브랜드상품으로 공급돼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지역별로 유명한 농산물이 둔갑돼 유통되거나 지리적 표시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 아래에서는 농가가 고품질의 농산물을 공급하려는 유인을 갖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현재 한국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유능한 인재가 농업에 종사하기를 회피한다는 데 있다. 고령의 영농가나 다른 대안이 없어 농업에 종사한다는 인식을 가진 인력으로는 새로운 기술의 수용과 생산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 이는 유능한 인재는 국가가 보유한 희소자원으로서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농업은 그 중요한 생산요소로서 토지를 기반으로 하고 생체를 기르는 산업으로서 정착을 하며 항상 관심을 가질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삶의 터전으로서 쾌적하고 편리한 농촌생활 환경이 유능한 인력을 유인하는 조건이 된다. 전문지식을 가진 젊고, 의욕적인 영농인력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적 경쟁력 대책 필요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또 다른 측면으로 단위당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농을 요구하게 된다. 현재와 같이 농가당 평균 1.3㏊의 영세한 규모로는 높은 생산비로 생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은 대단히 힘들게 된다.

은퇴농가의 농지를 전문영농가에게 자연스럽게 이전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품목별.분야별로 전문영농가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앞으로 협상이 종료될 4,5년의 기간 중 한국 농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춥고 음습한 영농환경 속에서도 품종의 개발과 영농기법의 전파로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는 네덜란드의 화훼산업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郭 魯成(동국대 교수, 한국 협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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