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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 최고 인터뷰] "DJ 말려도 때 되면 '차기' 표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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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25 재.보선 패배 후 벌어진 민주당의 권력갈등 속에서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쇄신파와 근접해 있다. 그 와중에 韓위원은 동교동계 구파인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은 물론 이인제(李仁濟)위원과도 명백히 대립하게 됐다. 그의 이런 모습은 과거와는 딴판이다.

韓위원은 그동안 동교동 신.구파의 갈등설이 불거져나올 때마다 "동교동계는 한 식구"라며 봉합하려 했다. 5일 만난 韓위원은 직선적으로 자신의 심중을 털어놨다.

韓위원은 지난해 최고위원 경선 때 1등한 데 대해 "김홍일 의원과 동교동 사람들이 날 민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동교동 지도급 사람들은 날 밀지 않았다"고 동교동 구파와의 갈등을 솔직히 인정했다.

-최고위원 일괄사퇴는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준 것 아닌가.

"그런 면이 있다. 지난 2일 최고위원 회의 때 청와대 최고위원 회의에서 대통령 의견을 들은 뒤 거취문제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랬는데 사퇴의견이 우세했다. 그 뒤 청와대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사람(이인제 위원 등을 지칭)도 있었다. 거기에 불참하는 것은 총재의 리더십에 보탬이 안된다."

-이인제 위원측은 최고위원 일괄사퇴를 음모론에 따른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쪽에선 韓위원을 배후로 의심한다.

"(웃음)나를 동교동계 비주류라고 하는데 당내 여론을 어떻게 내 마음대로 조장하나. 음모론을 말하는 것 자체가 음모다. 최고위원 일괄사퇴는 지난달 31일 당무회의가 발단이 됐는데 당시 '최고위원 무용론'을 주장하고 해체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누구냐. 그 사람들이 누구 말을 듣는지는 천하가 다 안다. 덮어씌우기 정치행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李위원은 '국민상대 정치'를 하겠다며 본격적인 차기행보에 나설 태세다.

"그런 행동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동교동 구파와 갈등 시인

-韓위원은 '후보 조기가시화론'보다 쇄신파들의 인적쇄신론에 동조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경우에도 쇄신이 필요하다. 국민의 소리가 그렇다. 하지만 당 총재인 대통령에게 단안을 내릴 시간을 줘야 한다.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실명(實名)을 거론하는 데는 반대한다."

-당헌상 규정된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열어 실세형 대표를 뽑자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나.

"대표를 당원들이 뽑는다면 그 이상의 실세형 대표가 어디 있겠나. 대통령이 신임하는 실세가 아니라 당원이 인정하는 실세가 진짜 실세다."

-실세형 대표는 당직 인선권, 당무전반의 권한을 위임받는 건가.

"그래야 책임을 질 수 있다. 의무만 있고 권한이 없다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당원이 뽑는 실세형 대표 필요

-내년 3~4월에 후보.대표를 함께 뽑자는 방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지방선거에서 한 사람을 보고 표를 주는 인물 중심의 정당시대는 지나갔다. 많은 사람이 선거에 참여해 힘을 발휘하는 게 당에 보탬이 된다. 어느 포럼(중도개혁포럼을 지칭)에서 그런 주장을 한다는데 그 포럼의 조직목적이 뭐라는 건 천하가 다 안다."

-호남 출신 후보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대선 후보는 어디까지나 인물본위로 결정돼야 한다. 영남에서 이회창 총재를 민다는 것도 반(反)DJ 성향 때문이지 무조건 지지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韓위원은 내년 대선 때 다자 대결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생각할거다."

-'이인제 대세론'이나 '영남후보론'에 대해 어떻게 보나.

"미국의 예로 볼 때 여론조사 1등이 반드시 대통령이 되지는 않았다."

-韓위원도 차기 행보에 나설 것인가.

"한화갑에게도 개인의 특성과 주장이 있다."

-金대통령이 출마를 만류해도 끝까지 경선에 나갈 것인가.

"대통령은 중립이다. 국가를 경영하려고 하는 사람인데 누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고, 하지 말라고 안 나간다면 어떻게 국민에게 리더십을 인정받나."

-대권보다 당권을 의식해 차기 행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金대통령이 정치활동 40년 동안에 이룩한 인적자원과 정치적 업적을 이어가지 못하면 그대로 끝난다. 너무 아깝지 않으냐. 뿌리에 해당되는 사람이 'DJ이즘'을 계승.보완해야 한다."

-韓위원을 '리틀DJ'라고 한다. DJ를 뛰어넘는 독자적인 이미지를 아직 구축하지 못한 것 같은데.

"나는 지난 8월에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막 출발한 것이다. 앞으로 국민에게 내 정치적 비전과 애국심.소신을 얼마나 빨리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權전고문이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나.

"그 양반은 나름대로 역할을 하겠지만 무슨 역할일지 모르겠다. 다만 權전고문이 동교동계 좌장이란 점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DJ이즘'을 계승.발전시키는 주역은 호주 상속처럼 뿌리에서 맡아야 한다. 외부에서 수혈하면 문패가 바뀐다."

-쇄신파 의원들은 權전고문과 박지원 수석 등에 대한 인적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해 '내탓이오'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나는 99년 4월에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뒤 원내총무를 그만뒀다. 그때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잡음이 없어지고 국민에게 새로운 기대를 줄 수 있다."

-김근태.노무현 위원 등이 주장하는 개혁연대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뜻이 같으면 언제든지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 연대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이인제 위원 측에선 '반(反)이인제 연대'로 보는데.

"자기를 지지하면 괜찮고, 불리하다고 비방하면 정당하지 않다."

만난사람= 이양수 정치부 차장

정리=김정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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